문어의 뇌에서 인간과 공통된 활동 유전자가 발견됐다. 무척추동물임에도 지능이 높은 문어의 미스터리를 밝힐 중요한 단서에 학계 관심이 집중됐다.
독일 안톤도른동물학연구소 등 국제 연구팀은 18일 ‘BMC Biology’에 소개된 논문에서 문어의 매우 복잡한 뇌기능 및 인지능력의 비결을 밝힐 단서를 찾았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문어의 뇌에서 인간 뇌에 존재하는 ‘트랜스포존(transposon, 전이인자)’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트랜스포존은 세포 유전체상 어떤 위치에서 다른 위치로 자유롭게 이동하는 유전자다. 마치 복사해 붙여넣기를 하는 이 과정을 전이(자리바꿈)라고 칭한다. 대개 전이가 일어나면 돌연변이가 생기거나 유전체 안의 DNA 양이 변하는데, 이는 세균은 물론 동식물에서도 관찰된다.
연구팀은 문어의 신경·인지기능의 복잡성이 인간의 분자적 유사성에서 유래했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인간 게놈의 45%를 차지하는 트랜스포존에 주목했다.
조사 관계자는 “유전자가 전이돼도 분명히 알 수 있는 영향은 없고 그로 인해 이동능력도 상실된다”며 “전이된 곳에서 몇 세대에 걸쳐 돌연변이를 거듭하다 활동을 멈추거나 세포 방위 기능에 의해 아예 활동하지 않는 것도 있어 조사가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이런 유전자 단편이나 망가진 복사본은 활동하지 않을 수 있지만 진화 관점에서 보면 관찰자로서는 도움이 된다. 트랜스포존 중에서도 영향력이 큰 것은 특히 그렇다. 대표적인 것이 라인(LINE)으로 줄여 불리는 ‘Long Interspersed Nuclear Elements’, 즉 길게 산재한 핵 성분이다.
조사 관계자는 “LINE은 인간 게놈에 100개 정도 존재하며 현재에도 뭔가 기능할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까지 LINE의 활동은 과거의 흔적에 불과하다고 여겨질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근래 뇌 내에서 그 활동이 세밀하게 조정되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때문에 LINE은 인지기능과 관련됐다고 할 수 있다”며 “특히 활발한 LINE은 학습과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에 자리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문어도 인간처럼 뇌에 LINE이 있는지 살폈다. 문어의 뇌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중추를 살핀 결과 놀랍게도 인간과 같은 LINE이 발견했다.
조사 관계자는 “문어의 뇌에는 인간의 해마 같은 ‘수직엽’이라는 부위가 있다”며 “두 종류의 문어 뇌를 관찰한 결과 수직엽에서 활발한 LINE 활동이 관찰됐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이번에 입증된 인간과 문어 뇌의 유사성이 수렴 진화의 증거라는 입장이다. 멀리 떨어진 종이라도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같은 기능을 진화시킬 수 있다는 의미에서 성과가 크다고 자평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문어의 뇌 기능은 여러 점에서 포유류와 비슷하다고 여겨졌다”며 “뇌 내의 LINE은 문어의 뛰어난 지능을 해명하는데 있어 아주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라고 평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