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쓴 논문이 국제 학술지에 게재됐다. 인공지능의 발달이 놀라운 수준이라는 호평 한편에서는 인간이 마침내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말았다는 탄식이 나왔다.

스웨덴 예테보리대학교 신경과학 전문가 알미라 오스마노비치 툰스트룀은 미국 오픈AI(OpenAI) 사의 언어 AI ‘GTP-3’에 입력한 명령어가 짧은 시간에 한 편의 논문으로 완성됐고 국제 학술지 아카이브 ‘HAL’에 게재됐다고 5일 밝혔다.

툰스트룀은 신경과학 연구에 ‘GTP-3’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AI의 놀라운 발전 속도를 직접 확인했다고 전했다. 단어 500개로 학술논문을 작성하고 글 속에 과학적 참고문헌과 인용을 표기하라는 명령만으로 ‘GTP-3’는 2시간 만에 논문을 출력했다.

이를 다른 학자들과 검토한 툰스트룀은 문맥이나 인용이 적절하고 논문의 전체적 구성이 탄탄하다고 결론 내렸다. ‘GTP-3’가 쓴 논문은 곧장 학자들 사이에서 유명해졌고 미국 과학 대중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 등에도 관련 소식이 실렸다.

오픈AI의 인공지능 GTP-3 <사진=오픈AI 공식 홈페이지>

‘GTP-3’의 논문을 들여다본 학자들은 뛰어난 학자 여럿이 쓴 논문 내지는 학계에서 인정받는 과학 문헌과 다를 바 없다고 감탄했다. 툰스트룀은 “인간이 입력한 것은 최소한의 명령어였지만 AI는 2시간 만에 논문을 작성했다는 점에서  경외감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더 놀라운 것은 AI가 자신의 의사로 논문 공개에 동의한 사실이다. 온라인 논문 제출 양식에는 작성자 이름이나 연락처가 필요하다. 저자 또는 공저자 전원이 공개에 찬성하는지 등 제반 사항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당연히 AI가 가진 것이라곤 ‘GTP-3’라는 이름뿐이다. 설마 하는 생각으로 ‘GTP-3’에 논문 게재 동의 여부를 물은 툰스트룀은 곧바로 돌아온 “Yes”라는 답에 소름이 끼쳤다.

‘GTP-3’의 논문 게재가 놀랍다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마냥 기뻐할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높다. AI가 방대한 학습량을 바탕으로 짧은 시간에 고난도 논문을 작성한 것도 모자라 의사표시를 한 점은 짚고 넘어갈 부분이라는 주장이다. 일부에서는 이런 식으로 AI가 논문을 써댄다면 과학의 전통적 직선성이 훼손되리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오픈AI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52)와 프로그래머 겸 사업가 샘 알트만(37)이 2015년 설립했다. AI 기술을 오픈소스화해 인류 발전에 도움을 주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회사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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