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공격으로 드니프로에 자리한 민간 우주업체 공장이 파괴된 우크라이나가 우주개발 경쟁에서 크게 뒤떨어지게 됐다. 

우크라이나 유즈마쉬(Yuzhmash) 사는 23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지난 16일 가해진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국가적 우주개발 역량이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최소 3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친 이번 공습은 유즈마쉬 사에 큰 타격을 입혔다. 유즈마쉬는 우크라이나의 국영 우주 발사체 개발 및 운용사다. 탄도 미사일을 비롯해 목적에 따라 다양한 크기와 출력의 로켓 엔진을 전문으로 제조해 왔다.

구소련 시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할 기술까지 보유했던 유즈마쉬는 최근 관련 기술을 평화 이용 목적으로 전환했다.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는 우주개발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해 주요 부품을 공급해 왔다. 성능 좋고 저렴하기로 유명한 이 회사의 제니트 엔진은 한국형 발사체 나로호의 1단 추진용으로도 채택됐다. 

거대 발사체 전용 부스터나 엔진, 연료탱크, 발사 시스템 개발에 특화된 유즈마쉬 사 <사진=유즈마쉬 공식 홈페이지>

지난 13일 첫 발사에 성공한 유럽우주국(ESA)의 신형 로켓 ‘베가C(Vega-C)’에도 유즈마쉬 기술이 들어갔다. 4단 ‘AVUM+’의 액체연료 추진계에 재점화 가능한 RD-843형 엔진이 적용됐는데, 이것이 유즈마쉬 제품이다. 이전부터 운용되던 구형 ‘베가’ 로켓들도 최상단에 유즈마쉬 엔진을 탑재했다.

또한 유즈마쉬는 미국 노스롭그루먼 사가 미 항공우주국(NASA)과 공동으로 국제우주정거장(ISS)에 투입한 무인보급선 ‘시그너스’ 발사용 ‘안타레스(Antares 230+)’ 로켓 1단 부스터 액체연료탱크 제조 및 주요 시스템 설계도 담당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2월 19일 시그너스 17호기(NG-17)가 유즈마쉬 기술 덕에 발사에 성공했다.

유즈마쉬가 공격을 당하면서 ‘베가C’와 ‘시그너스’ 미션도 적잖은 피해가 불가피하다. ESA의 차세대 발사체 ‘베가C’는 향후 3년간 20회 이상 미션이 예정됐다. ‘시그너스’를 탑재하는 ‘안타레스’ 로켓의 경우 최소 두 차례 발사가 계획됐다. 결국 노스롭그루먼은 다음 달 중순 예정됐던 ‘시그너스 18호기’의 발사 예정일을 오는 10월 중순까지 연기한 상태다. 

유즈마쉬의 액체연료탱크 및 주요 시스템을 탑재한 NASA 안타레스 로켓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유즈마쉬는 발사체 설계에 특화한 유즈노예와 긴밀하게 연관돼 운영돼 왔다. 유즈노예가 로켓을 설계하면 유즈마쉬에서 생산하는 방식이다. 구소련 시절 우주발사체 설계를 맡았던 유즈노예는 OKB-586 연구소가 전신으로, 로켓 등 발사체 관련 세계 최고 수준의 설계 기술을 자랑한다.

드니프로 시장은 이번 공격이 우크라이나 우주개발 분야에 큰 타격을 입혔음은 물론, 로켓 개발과 생산의 전진기지를 날려버리면서 시의 앞날이 암울해졌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유즈마쉬는 로켓이나 인공위성은 물론 농업용 트랙터 등 다양한 기기를 생산하며 시의 경제를 지탱해 왔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