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저명한 물리학자가 스페인산 소시지를 천체로 속여 적잖은 SNS 이용자를 낚았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 학자는 급히 사과했다.
에티엔 클라인(64) 박사는 이달 초 SNS에 프록시마 센타우리(Proxima Centauri)의 초고해상도 화상이라며 사진 한 장을 게재했다. 박사는 이 이미지를 지난 7월부터 본격적인 관측에 나선 차세대 심우주 탐사 장비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이 찍었다고 주장했다.
사진과 함께 그는 “지구에서 약 4.2광년 떨어진 프록시마 센타우리를 잡아낸 JWST의 선명도는 대단하다. JWST는 우리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별은 천문학계 관측이 활발한 천체 중 하나다. 센타우루스자리의 세 알파별 중 하나로, 알파 센타우리 A 및 알파 센타우리 B까지와 함께 연성계를 구성한다. 프록시마 센타우리는 태양을 제외하면 기구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4.22 광년 거리)이기도 하다.
특히 프록시마 센타우리를 공전하는 알파 센타우리 B는 해비터블 존, 즉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언젠가 실행될지 모를 인류의 행성 이주 프로젝트의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비록 지구와 가깝지만 프록시마 센타우리는 적색왜성으로 몹시 어둡고 질량도 태양보다 훨씬 작다. 때문에 고해상도 사진은 존재하지 않는다. 허블우주망원경이 그간 촬영한 프록시마 센타우리는 기껏해야 작고 밝은 빛 덩어리일 뿐이다. 때문에 에티엔 클라인 박사가 게재한 큼직하고 또렷한 사진은 대번에 관심을 끌었다.

다만 박사의 장난은 얼마 가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소시지 단면 같다는 반응이 줄을 잇자 에티엔 클라인은 “사실은 스페인 전통 소시지 ‘초리소’의 단면”이라고 털어놨다. 사진 게재 몇 십분 만에 그는 “프록시마 센타우리 사진은 제 장난”이라며 “권위주의적 주장이나 사진이 품은 자연스러움을 경계하고 의심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미 항공우주국(NASA)는 지난달 중순 ‘시스틴(SISTINE, Suborbital Imaging Spectrograph for Transition region Iradient from Nearby Exoplanet host stars)’ 미션을 실시하고 알파 센타우리 A와 B를 원자외선 파장으로 관측한 바 있다. 여기서 얻은 데이터를 통해 NASA는 알파 센타우리 B의 특성을 파악하고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