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탐사선 ‘인사이트(InSight)’의 착륙 지점으로부터 깊이 300m까지는 물이나 얼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학자들은 이를 계기로 화성 전체의 물 분포를 표시한 지도 제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샌디에이고대학교 연구팀은 20일 공식 채널을 통해 미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선 인사이트가 착륙한 화성 엘리시움 평원 지하에 물이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2018년 11월 27일 화성 적도 부근에 펼쳐진 엘리시움 평원에 착륙한 인사이트는 화성 내부 구조 규명을 목적으로 개발됐다. 인사이트는 2019년 4월 화성 지진계 SEIS(Seismic Experiment for Interior Structure)를 활용, 사상 처음으로 화성 지진(marsquake, 화진)을 관측했다.
지난 6월까지 총 1300여 건의 화진을 잡아낸 SEIS는 지진파 해석을 통해 화성 핵이 액체라는 사실과 그 크기는 물론 지각 두께를 차례로 밝혀냈다.
SEIS의 지진파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팀은 화성 지각이 다공질로 약하며 퇴적물이 교결작용(퇴적물 입자들이 뭉쳐 딱딱한 퇴적암으로 변하는 것)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또한 인사이트의 착륙 지점의 경우 깊이 300m 이내 퇴적물 입자 사이를 채우는 것은 주로 기체이며 얼음은 존재하지 않거나 있더라도 20% 이하라고 추측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고대 화성 표면에 호수나 바다 형태로 존재했을 물은 대기 고층까지 운반된 수증기가 자외선에 분해되거나 화성 내부로 유입되면서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며 “표면으로부터 비교적 얕은 곳에는 지금도 물이 존재하지 않을까 생각돼 왔다”고 전했다.
실제로 NASA의 화성 탐사선 ‘피닉스’는 2008년 5월 화성 북극 주변 보레알리스 분지의 표면 바로 밑에서 얼음으로 보이는 물질을 발견했다. 유럽우주국의 화성 탐사 궤도선 ‘트레이스 가스 오비터(TGO)’를 통해서는 화성 적도 부근 마리네리스 협곡 중앙부 지표의 비교적 얕은 곳에 대량의 물이 얼음이나 광물 형태로 존재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구팀 주장이 맞을 경우 적어도 인사이트의 착륙 지점 주변에는 어떤 형태로든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낮다. 연구팀은 SEIS 같은 관측 장비가 보다 광범위한 화성 표면의 데이터를 뽑아낼 경우 지구처럼 화성 전체의 물 분포도를 만들 수 있다는 입장이다.
화성 물 지도 제작은 전부터 학계에서 논의된 사안이다. 현재 NASA와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캐나다우주국(CSA), 이탈리아우주청(ASI)은 화성 지하에 매장된 액체 또는 얼음 상태의 물을 지도로 만드는 국제 화성 탐사 계획 ‘마스 아이스 맵퍼(Mars Ice Mapper, MIM)’ 진행을 검토하고 있다.
화성은 달과 더불어 인류의 행성 이주 후보지로 꼽히는 천체다. 지구와 비교해 대기가 얇고 자기장을 대부분 잃은 화성 표면은 가혹한 환경이지만 방사선으로부터 보호받는 데다 물이 존재할 경우 생명체가 살 가능성이 있다고 학자들은 여겨왔다. 채굴하기 쉬울 정도로 지표 바로 아래에 물이나 얼음이 있다면 향후 유인 화성 탐사 계획에 유용하게 사용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현재 NASA와 ESA는 공동으로 화성 샘플 리턴(Mars Sample Return, MSR)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착륙한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는 그 일환으로 지표면 암석 샘플을 모으고 있다. 양측은 지난 7월 30일 공식 채널을 통해 MSR에 대한 시스템 요건 심사가 완료됐으며, 화성 탐사 로버들이 채취한 귀중한 샘플들을 지구로 운송하기 위한 3단계 미션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NASA는 이 미션에 소형 헬기 두 대를 동원한다고 언급, 주목받았다. 아울러 화성 고위도 지역 지하 2m의 샘플들을 채취하는 ‘마스 라이프 익스플로러(MLE)’ 미션을 향후 10년간 중점적으로 전개한다는 사실도 공표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