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불사의 능력으로 유명한 홍해파리의 비밀이 밝혀졌다.

스페인 오비에도대학교 연구팀은 29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소개된 논문에서 홍해파리(작은보호탑해파리)가 가진 불로불사 유전자를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온대에서 열대 바다에 서식하는 홍해파리가 가진 불가사의한 능력이 텔로미어(telomere)를 보호하는 유전자에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에 따르면 홍해파리는 신체 복구와 보호를 담당하는 유전자가 근연종의 2배나 되고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것을 막는 기능까지 가졌다.

텔로미어는 진핵생물 염색체의 끝부분에 존재하는 특수한 입자다. 반복되는 DNA 배열과 단백질로 이뤄진 염색체의 말단 구조로, 염색체 끝부분을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노화를 되돌린 후 다시 자라난 홍해파리 <사진=Maria Pascual-Torner>

일반적인 세포분열 과정에서 텔로미어는 염색체의 다른 부분과 마찬가지로 복제된다. 다만 그 끝단만은 예외적으로 아주 짧아진다. 세포분열이 반복될수록 텔로미어는 점차 짧아져 결국 소멸하는데, 생물학계는 이것이 세포의 노화를 유발하는 원인이라고 여겨왔다. 즉 ‘노화의 시계’인 텔로미어를 보존할 수 있다면 세포 노화를 막거나 늦출 수 있다는 게 학계 정설이다.

홍해파리 성체는 노화하거나 부상당하면 몸을 퇴행시켜 폴립(polyp) 형태가 된다. 이후 이전 성장 사이클을 반복하며 어린 개체로 돌아간다. 물론 먹이사슬 구조상 포식자가 존재하기에 모든 개체가 영원히 생존하는 것은 아니다.

연구팀 관계자는 “홍해파리의 비밀을 캐기 위해 홍해파리와 불사의 능력이 없는 근연종 유전자를 비교 분석했다”며 “홍해파리는 유전자 복구와 보호에 관련된 유전자가 2배 많았고 세포 분열을 억제해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것을 막는 돌연변이가 관찰됐다”고 전했다.

폴립 상태의 홍해파리 <사진=Maria Pascual-Torner>

즉 홍해파리는 일반적으로 해파리처럼 외형을 바꾸며 성장하지만 생명의 위협을 감지하면 폴립 상태로 회생한 뒤 다시 성체로 자라난다. 이를 여러 번 반복하면서 사실상 무한하게 생존할 수 있다.

참고로 자포동물인 해파리의 일생은 플라눌라(planula)라는 유생으로부터 시작된다. 바다를 떠돌아다니던 플라눌라는 바다의 일정한 곳에 정착하면서 촉수가 달린 폴립 형태로 바뀐다. 해파리들은 유전적으로 비슷한 폴립끼리 모여 클론으로 증식하고 콜로니를 형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 관계자는 “홍해파리 유전자를 향후 정밀 분석하면 해파리뿐 아니라 다양한 생물, 나아가 인간의 노화를 억제할 방법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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