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은 모기가 그다지 기승을 부리지는 않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모기가 활발히 활동하는 온도는 25℃로 요즘 같은 가을에 더 주의해야 한다. 25년간 모기 생태를 연구한 일본 시라이 요시카즈 모스톱 소장은 가을철 모기에 대해 알아야 할 내용들을 최근 발표했다.
모기에 물린 부위가 가려운 원인은 모기 타액에 의한 인체 알레르기 반응이다. 이 정도는 상식이지만 붓거나 가려운 정도의 차이가 나는 주된 이유가 면역 때문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모기에 물린 경험이나 나이, 물린 부위 등에 따라서도 가려운 정도가 달라진다.
일단 모기에 잘 물리는 사람들은 대체로 체온이 높다. 평소 활동량이 많아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고 땀을 수시로 흘려 피부가 촉촉한, 즉 피부 수분량이 많은 사람을 모기가 선호한다. 태양빛에 의해 피부가 검게 탄 사람들이 모기에 많이 물린다는 통계도 있다.
가을에 기승을 부리는 모기는 주로 빨간집모기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이나 동남아시아에 널리 분포하는 모기다. 가려운 정도는 흰줄숲모기에 비해 덜하지만 가을에 왕성하게 활동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모기가 가을에 많은 이유는 한여름 장마나 태풍 등으로 빗물 웅덩이가 생성된 뒤 유충이 자라 모기가 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특히 가을에 활동하는 모기는 한여름에 비해 피를 빨려는 욕구가 높은 편이다.
일단 모기에 물렸다면 가렵더라도 긁어서는 안 된다. 즉효성이 있는 항히스타민제의 일종인 디펜히드라민 성분이 든 벌레 물린 약이 도움이 된다. 약이 없는 경우 흐르는 물에 물린 곳을 식히고 손대지 않는다.
나이와 모기의 상관관계는 과학적 근거가 확인되지 않았다. 모기가 선호하는 기본적인 요소에 나이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게 시라이 요시카즈 소장의 설명이다. 어린아이들을 모기가 선호한다는 것도 속설에 불과하다. 모기에 물린 경험에 따라 증상이 나타나는 양상에는 차이가 있다.
일테면 모기에 물린 적이 없는 신생아는 무반응을 보인다. 이후 유아기가 되면서 모기에 여러 번 물린 경험이 쌓이면 물린 다음날 이후부터 지연 반응에 의해 가려움을 느낀다.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모기에 물린 뒤 금방 가려운 즉시 반응이 지연 반응과 섞여 나타난다. 노년기에는 유아기처럼 물려도 반응이 없는 무반응이 두드러진다.
시라이시 소장은 “평생 살면서 모기에 많이 물린 노인은 무반응으로 가려움증이 거의 없다는 사람이 많다”며 “모기 연구자 중에는 나이와 상관없이 너무 많이 물려 무반응이 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의할 점은 모기에 물리면서 야기되는 뎅기열 등 위험한 감염병이다. 병원체가 없는 모기라도 사람의 면역 상태에 따라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발열이 심하거나 물린 부분이 괴사하기도 하므로 모기 타액에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연령대와 무관하게 조심해야 한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