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포유류도 파충류인 거북이처럼 엉덩이로 호흡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장에 산소를 직접 공급하면 인공호흡기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계 관심이 집중됐다.

일본 도쿄의과치과대학 연구팀은 14일 국제 의학 저널 'Med'에 실린 논문에서 쥐나 돼지 등 포유류가 엉덩이로 호흡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발표했다.

엉덩이 호흡은 엉덩이 자체가 아닌 장을 이용한 숨쉬기를 의미한다. 영어로 'enteral ventilation via anus'라고 표현하는데, 장(enteral)이 들어간 것을 보면 이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저산소 상태의 돼지에 액체산소를 직장 주입한 결과 생존 시간 연장 효과가 확인됐다. <사진=pixabay>

이 독특한 호흡법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각국이 집중 연구하는 분야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급격한 호흡 부전에 빠질 수 있는데, 환자가 대량 발생할 경우 의료기관은 극심한 인공호흡기 부족에 직면하게 된다. 만약 인간의 엉덩이 호흡이 가능하게 되면,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보다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

도쿄의과치과대학 연구팀은 일부 어류나 거북이 등이 엉덩이 호흡을 하는 점에 착안, 사람 같은 포유류도 장을 이용해 숨을 쉴 수 있는지 알아봤다. 실험에는 쥐와 돼지가 동원됐다.

연구팀은 쥐와 돼지를 저산소 상태에 두고 항문을 통해 액체산소를 주입한 뒤 변화를 관찰했다. 일반적으로 쥐는 산소 농도 9.5%의 저산소 환경에서 11분 만에 죽는다. 다만 장으로 산소를 주입하자 4분의 3이 1시간 가까이 살아남았다.

코로나19 대유행 과정에서 인공호흡 장치의 엄청난 부족 현상이 빚어졌다. <사진=pixabay>

특히 쥐들은 저산소 환경에서도 걸을 수 있는 거리가 늘었고 심장까지 운반되는 산소의 양도 점차 많아졌다. 돼지의 경우 피부 혈색이 회복되거나 따뜻해지는 등 상태가 눈에 띄게 호전됐다.

조사 관계자는 "엉덩이 호흡은 폐렴이나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ARDS) 등 치명적인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환자를 돕는 새로운 치료법이 될 수 있다"며 "장을 통한 기체 주입으로 실제 인간의 호흡이 이뤄지려면 갈길이 멀지만, 일부 포유류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점은 고무적"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현재 인도 등 일부 국가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공호흡기가 절대 부족하다. 환자의 호흡을 보조하는 대체적인 수단이 절실한 가운데, 이번 실험이 사람의 엉덩이 호흡법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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