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특수한 방법으로 전류를 흘리면 기억력이 최대 50% 넘게 개선된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미국 웨이크포레스트대학교와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사람의 기억력을 회복하는 일명 ‘기억 보형물’을 개발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지난 7월 25일 국제 학술지 ‘프런티어 인 휴먼 뉴로사이언스(Frontiers in Human Neuroscience)’에 먼저 소개됐던 이 장치는 뇌가 새 정보를 받아들이는 해마를 자극하는 것이 핵심이다.

해마는 처음 만난 사람의 이름 등 새 정보가 입수될 때 활성화하는 뇌 영역이다. 이를 통해 다른 신경세포로 전기 신호가 전송되는데, 이렇게 기록된 뇌 속의 정보가 다음에 필요해지면 똑같은 패턴으로 신경세포가 활성화된다. 이것이 무엇인가 기억해 내는 과정이다.

다만 질병이나 부상으로 해마가 손상되면 같은 패턴으로 신경세포를 활성화하지 못한다. 이 경우 전에 만났던 사람을 봐도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벌어진다. 

외상이나 질병으로 해마가 손상될 경우 일정한 전기 자극으로 기억력을 보조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연구팀이 고안한 ‘기억 보형물’은 사람의 기억 재현 과정을 인공적으로 보조한다. 뇌에 전극을 이식하고 이를 통해 기억을 형성하는 해마에 특정 패턴의 전기를 흘리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신경세포의 전기활동을 보조, 기억력을 개선한다.

이 장치의 작동 방식은 두 가지다. 기억 해독 모델(memory decoding model, MDM)은 기억이 정상적으로 형성될 때 해마의 전기 흐름 평균치를 모방, 인위적으로 전기 패턴을 재현한다.

다중 입력·다중 출력(multi-input, multi-output, MIMO)은 MDM을 발전시킨 방식이다. 해마 중에서 새로운 정보를 받는 부분, 즉 CA3 영역의 전기 활동을 분석, 다른 부분(CA1 영역)이 출력하는 기억 형성에 최적화된 전기 패턴을 예측한다.

연구팀은 ‘기억 보형물’의 성능 테스트를 위해 간질치료로 뇌에 전극을 심은 피실험자 24명을 동원했다. 이들 중에는 뇌 손상으로 인한 기억장애가 뚜렷한 사람도 포함됐다.

기억 및 기억 재생과 관련된 뇌 영역 해마 <사진=TED 공식 홈페이지>

우선 피실험자들은 화면에 표시되는 이미지를 기억했다. 30초가 지나 해당 이미지와 함께 다른 이미지가 동시에 화면에 나타나면 앞서 본 그림이 어느 쪽인지 맞혔다.

그 결과 MDM 및 MIMO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피실험자들보다 기억력이 개선됐다. 회복이 가장 뚜렷한 쪽은 MIMO를 적용한 피실험자로 최대 54%나 기억력이 향상됐다.

‘기억 보형물’처럼 사람의 기억을 되살리는 장치는 이미 등장했다. 다만 치매나 외상성 뇌 손상으로 쇠약해진 기억력을 회복시키기는 방법은 개발되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연구팀은 기억을 인공적으로 보조하기 위해 사용자의 뇌에 이식할 전극이 주변 조직을 손상하지 않아야 하며, 전극 자체의 성능이 단번에 뉴런 수천 개는 자극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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