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브 사막에 널린 ‘페어리 서클(fairy circles)’, 즉 ‘요정의 동그라미’의 발생 원인이 식물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페어리 서클’은 반세기 가까이 과학자들 사이에서 미스터리로 통해왔다.

독일 괴팅겐대학교 연구팀은 20일 국제 학술지 ‘Perspectives in Plant Ecology, Evolution and Systematics’에 실린 논문에서 나미브 사막의 ‘페어리 서클’이 식물 생장에 의한 자연적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페어리 서클’은 아프리카 나미비아 서쪽 나미브 사막 풀밭에 무더기로 존재한다. 해안에서 80~140㎞ 떨어진 나미브 사막 풀밭이 군데군데 물방울처럼 벗겨져 나갔는데 좀처럼 원인을 알아내지 못했다.

지금까지 유력한 가설은 흰개미설이다. 척박한 사막에 사는 흰개미들이 식물 뿌리를 먹어치우면서 자라던 풀이 말라죽어 ‘페어리 서클’이 생겼다는 학설이다. 최근 일부 학자들은 맹독성 액체를 내뿜는 식물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나미브 사막에 펼쳐진 '페어리 테일' <사진=괴팅겐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괴팅겐대학교 연구팀은 흰개미보다는 식물의 어떤 활동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진행했다. ‘페어리 서클’이 분포하는 풀밭에 수분계를 설치하고 2020년 건기부터 2022년 우기에 걸쳐 흙 속의 수분량을 측정했다.

그 결과 비가 내린 지 열흘 정도 만에 일정 범위의 풀이 말라붙으면서 서클들이 형성됐다. 연구팀은 서클 주변의 풀들이 안쪽 수분을 쭉쭉 빨아들이는 것을 확인했다.

조사 관계자는 “비가 온 뒤 20일쯤 지나자 수분을 계속 뺏긴 서클 안쪽 풀들은 완전히 말라 누렇게 변색됐지만 주위 풀들은 푸르스름하고 건강했다”며 “서클 내부 풀들이 물을 찾아 필사적으로 뿌리를 뻗었는데, 물을 뺏어간 바깥쪽 풀들의 뿌리보다 길었다”고 전했다.

크기가 서로 다른 페어리 서클ⓐ와 ⓑ. 수분을 빼앗아간 서클 외부의 풀ⓒ와 ⓓ에 비해 내부의 풀 ⓔ와 ⓕ는 누렇게 말랐고 뿌리는 더 길다. <사진=괴팅겐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이번 조사에서는 사막의 풀이 자라지 않은 상태에서 비가 올 경우 지면의 수분이 완만하게 줄어들다가 서클 밖의 풀이 충분히 자란 시점부터 안쪽 수분이 급속도로 고갈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비가 온 지 50~60일이 되는 시점에 서클 안쪽의 바싹 마른 풀들의 뿌리가 완전히 손상되는 점도 알아냈다. 다만 흰개미에 뜯기거나 손상된 흔적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연구팀은 흰개미설을 배제했다.

연구팀은 세계 곳곳의 건조한 지역들은 나미브 사막과 비슷한 이유로 ‘페어리 서클’이 생길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실제로 호주 아웃백에서도 거대한 페어리 서클이 발견됐는데 식물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조사 관계자는 “이런 건조한 지역의 식물들은 학문적으로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기하학적 무늬를 형성함으로써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