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흡혈귀로 오해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18세기 미국 남성의 얼굴 복원이 시신 발굴 30년 만에 이뤄졌다.

미국 DNA 감정 업체 파라본나노랩스와 미군 DNA 감정연구소(AFDIL)는 지난 3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국제인체감정심포지엄(ISHI)에서 이 같은 내용의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양측 공동 연구팀이 얼굴을 복원한 인물은 ‘JB55’다. 18세기 말 미국 코네티컷 주 그리스월드 주택가 인근의 묘지에 묻힌 이 남성의 시신은 지난 1990년 발굴됐다. 당시 대퇴골(허벅지뼈)이 가슴팍에 십자가처럼 교차해 놓여 있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시신의 이름은 관에 ‘JB55’라고 박힌 놋쇠 압정에서 비롯됐다. JB는 망자의 실명 이니셜, 55는 사망 당시 나이로 각각 추정됐다. 대퇴골을 십자가로 놓은 점에서 남성의 직접적 사인은 결핵으로 판단됐다. 18세기 미국에서는 결핵으로 죽은 사람을 흡혈귀로 보는 미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JB55라는 이름이 붙은 일명 '코네티컷의 흡혈귀'의 두개골(오른쪽). 최신 기술을 동원한 연구에서 얼굴이 처음 복원됐다. <사진=파라본나노랩스 공식 홈페이지>

이런 사실들을 제외하고는 ‘JB55’에 대한 정보는 약 30년간 더 알려진 바가 없었다. 그러다가 지난 2019년 진행된 DNA 분석 작업에서 시신의 원래 이름은 존 바버, 출신은 가난한 농민임이 밝혀졌다.

오래된 시신의 DNA 분석 정확도를 높이려던 파라본나노랩스와 AFDIL은 ‘18세기 코네티컷의 흡혈귀’ 얼굴 복원에 도전했다. 파라본나노랩스는 미국 경찰이나 연방수사국(FBI)의 범죄 수사 시 DNA 감식 의뢰를 자주 받는 업체로 유명하다. 

공동 연구팀은 ‘JB55’의 다리와 두개골 위치로 미뤄 시신이 매장 뒤 한 번 이상 파헤쳐 졌다 다시 묻힌 것으로 생각했다. 두개골에서 추출한 DNA는 오염이 심각했고 분석할 만한 양도 아니어서 인근 무덤에서 ‘JB55’의 사촌으로 여겨지는 인물의 DNA를 채취, 분석 작업을 보강했다.

이런 정보를 토대로 복원된 ‘JB55’는 피부가 희고 눈동자 색은 갈색 계열로 추정됐다. 머리카락은 갈색이나 검은색이었고 주근깨가 많았을 것으로 연구팀은 생각했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걸작 호러 '드라큐라'의 한 장면. 유럽에서 시작된 드라큘라의 전설 속에는 반드시 십자가가 등장한다. <사진=영화 '드라큐라' 공식 스틸>

조사 관계자는 “뼈가 낡으면 점점 파괴되고 단편화되기 때문에 사망한지 2세기가 지난 시신의 얼굴 복원은 쉽지 않다”며 “세균 등 균류가 증식하면 DNA 오염이 심각해져 복원은 더욱 어려워진다”고 전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유전체(게놈) 해석은 DNA 서열을 증폭, 반복 해석한 뒤 이를 한꺼번에 풀어놓고 서로 겹친 부분을 재확인한다”며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이런 커버리지 작업은 30x가 기본이지만 이미 부패한 ‘JB55’의 경우 2.5x 커버리지만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DNA 해독 커버리지가 떨어지는 오래된 시신의 신원 확인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며 “18세기 미국 일부 지역에 만연한 흡혈귀 풍습이나 미신 등 당시 문화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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