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기증자들로부터 받은 분변을 환자에 이식하는 실험이 호주에서 진행된다. 분변이식 실험을 국가가 관장하고 책임까지 지는 것은 이번이 최초다. 말 그대로 남의 대변을 제공받는 분변이식은 장내세균총을 활용한 치료법으로 의학계 연구가 활발하다. 

호주 ‘Biome Bank’ 사는 13일 공식 채널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이 기증한 대변을 대장염 환자의 장내에 주입하는 실험이 정부 감독 하에 진행된다고 발표했다. 

‘분변 미생물군 이식(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이 정식 명칭인 분변이식은 건강한 사람의 장내 미생물을 환자의 장으로 옮기는 획기적인 치료법이다. 암부터 각종 감염증, 알코올의존증, 심지어 자폐스펙트럼 장애에도 효과가 있다는 실험 결과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다양한 기증자들이 모은 분변을 이식하는 실험이 호주에서 진행된다. <사진=Biome Bank 공식 홈페이지>

이식 대상은 위막성 대장염 환자다. 이 병은 사람의 장내에 살며 다양한 질병을 유발하는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clostridium difficile)이 원인으로, 항생제 장기 복용자에게 나타난다. 어떤 질병으로 항생제를 먹거나 복용 후 한 달 동안 이 균에 감염될 위험이 7~10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항생제는 병원균을 죽일 뿐만 아니라 건강을 지켜주는 유익균까지 죽이기 때문이다.

위막성 대장염은 원인이 되는 항생제나 항암제 등의 사용을 중지하는 것이 치료의 첫걸음이다. 그래도 개선되지 않으면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에 유효한 항생제를 투여한다. 다만 장내 세균 내성을 강화하거나 신경 독성으로 재발할 경우 항생제를 반복 사용하거나 장기적으로 투약하는 것이 부담이다.

‘Biome Bank’ 사 관계자는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이식해 항생제로 엉망이 된 장내 세균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 이번 실험의 핵심”이라며 “건강한 사람의 변이 가진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장내 세균을 삼키거나 대장에 직접 주입하면 다양한 질병 치료가 가능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양한 계층의 건강한 일반인들로부터 기증받은 분변을 위막성 대장염 환자에 이식하는 실험이 호주 정부의 승인을 받았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pixabay>

이번 실험에서는 캡슐이나 알약 대신 직접 주사로 분변을 주입하는 방식이 동원된다. 환자가 느끼는 거부감이 큰 정제·캡슐 타입에 비해 주입식은 빠르게 대량의 대변을 이식할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수백 밀리리터 정도의 변을 투여해야 할 경우 양은 보통 크기의 컵 하나 정도”라며 “이를 입으로 삼키는 것은 역시 저항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단순한 변이식 치료가 처음 승인된 국가는 미국이다. 다만 미국은 변을 이식받고 싶은 환자가 기증자를 스스로 찾아야 한다. 만약의 사고에도 모든 책임은 본인이 진다. 이와 달리 폭넓은 기증자들이 모은 분변 이식을 국가가 공식적으로 승인한 것은 호주가 처음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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