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의 수명이 50년 전에 비해 무려 절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다. 원인은 불명확하나 환경오염보다는 유전자 문제일 것으로 추측됐다.
미국 메릴랜드대학교 연구팀은 14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소개된 논문에서 꿀벌의 수명이 1970년대에 비해 절반가량 짧아졌다고 밝혔다.
수명 반감이 확인된 것은 자연이 아닌 꿀을 얻을 목적으로 사육되는 꿀벌이다. 다만 자연이든 사육이든 생물의 수명이 이처럼 단기간에 극단적으로 짧아진 것은 전례가 드물다.
꿀벌 수명 단축에 따른 양봉가 타격도 심각하다. 1970년대 이후 꿀벌의 수명이 단축됨에 따라 미국 양봉가들의 수입 역세 내리막인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벌집 교체 빈도도 부쩍 높아졌다. 꿀벌들이 벌집을 자주 바꾸는 것은 양봉업자에게 큰 손해다.
양봉농가의 꿀벌이 단명하게 된 원인으로는 환경오염과 질병, 기생충, 농약, 영양 문제 등이 꼽히고 있다. 연구팀은 이런 환경적 요인보다는 꿀벌의 유전자 자체의 문제일 가능성을 점쳤다.
조사 관계자는 “꿀벌을 사육하는 방법은 현재가 50년 전보다 훨씬 발달했는데도 꿀벌 평균 수명은 1970년대 34.3일에서 2022년 17.7일로 확 줄었다”며 “제대로 된 꿀벌 사육법은 2000년에 이미 확립됐지만 오히려 개체 수명이 짧아진 것은 유전자 이상일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꿀벌이 바이러스나 농약에 노출된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키우는 꿀벌이 유충 단계에서 바이러스와 농약에 가볍게 오염된 보고는 있지만 그에 따른 뚜렷한 영향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단명이 확인된 것이 어디까지나 사육되는 꿀벌이지만 이 문제가 자연계에서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최근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양봉꿀벌의 실종 현상이 이번 조사 결과와 무관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올해 1월부터 양봉용 꿀벌 개체 수가 급감했다는 농가 신고가 잇따랐다. 이런 이상 현상은 군집 붕괴 현상의 하나로 현재도 세계 곳곳에서 보고되고 있다.
연구팀은 꿀벌의 실종이 유전자 문제에 따른 단명과 관련됐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추가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우선 미국 외 국가에서 사육되는 양봉꿀벌의 수명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만약 유전자 문제로 드러날 경우, 수명을 단축하는 유전적 요인을 제거해 더 오래 사는 꿀벌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