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일본 가마쿠라의 대나무가 120년 만에 개화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대나무는 우리나라에서도 꽃이 피면 뉴스가 될 정도로 개화 자체가 희귀하다. 대나무는 사실 짧게는 60년, 길게는 120년이 걸리는 개화 말고도 미스터리한 점이 많다.  

대나무 개화의 비밀을 알기 위해서는 이 식물에 관해 몇 가지를 파악해야 한다. 일단 대나무는 이름만 나무지 볏과에 속한 풀이다. 식물학에서 나무로 인정을 받으려면 부피생장을 해야 하는데, 대나무는 위로 곧게 자랄 뿐 일정 이상 수준이 되면 두께가 늘지 않는다.

온대성 식물인 대나무의 꽃은 양성화다. 즉 꽃 자체가 수술과 암술을 모두 갖고 있다. 여기까지 보면 대나무는 수술과 암술의 결합을 이용해 번식할 것 같지만 사정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대나무는 땅속에서 하나의 뿌리줄기를 여러 개체가 공유하는 식으로 자라난다. 이런 이유에서 하나가 아닌 뿌리줄기를 공유하는 개체가 일제히 꽃을 피운다. 

선비의 절개를 상징하는 대나무. 식물학적 측면에서 대나무는 많은 미스터리를 품고 있다. <사진=pixabay>

대나무는 지구상에서 가장 빨리 자라는 식물 중 하나다. 하루에 10cm가 자라기도 하는데, 어떤 종은 단 2분에 약 1mm까지 자라난다. 대부분의 대나무는 5년에서 8년 안에 성체가 된다. 다 자라기까지 120년이 걸리는 참나무와 천지차이다.

이렇게 생장이 빠른 대나무지만 꽃은 예외다. 개화에 있어서는 대나무가 세계에서 가장 느리다고 봐도 무방하다. 대나무의 개화는 식물학계에서 독특하고 매우 드문 일이다. 대나무의 긴 개화 간격은 많은 식물학자들에게 큰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유력한 가설은 대나무 종들의 유전 과정에서 개화 시기가 조정됐다는 것이다. 원시 대나무가 설정한 개화 시기가 어느 시점, 어느 종에 이르러 유리한 시기로 재조정되는 과정이 오래 반복된 결과라는 이야기다. 오랜 세월 대나무 종들이 각자 진화하면서 언제 개화하면 종족 유지에 유리한지 가늠한 결과 그 기간이 60~120년으로 정해진 셈이다.

원래 같은 식물이라도 지리적 위치나 기후에 따라 개화 시기는 제각각이다. 다만 대나무는 그렇지 않다. 식물학자들은 같은 모체 식물에서 가져온 일종의 분열이 원인이라고 본다.

대나무 꽃 <사진=KADOKEN1019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何十年に一度の開花 竹の花 Bamboo blossom' 캡처>

이러한 대나무의 분열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재분열을 거치며 전 세계에 걸쳐 공유됐다는 가설은 오래됐다. 실제로 북미 지역의 대나무가 꽃을 피울 때는 아시아에 있는 같은 종도 거의 동시에 개화한다. 이런 현상을 군집 개화라고 한다. 일본 가마쿠라 지역에서 개화한 대나무와 같은 종이라면, 한국이든 미국이든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시기 꽃을 피운다는 의미다.

대나무가 한꺼번에 꽃을 피우는 것도 여러 가설이 존재한다. 군집 개화가 대나무 개체군의 생존율을 높인다는 가설이 유명하다. 한 지역의 과실나무가 집단으로 열매를 맺으면 포식자들이 먹어치우더라도 적잖은 씨앗이 남아 종을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이 근거다.

대나무가 드물게 꽃을 피우면 이후 일대의 군락은 초토화된다. 대나무 꽃이 피면 일대 대나무가 모두 죽어나가 '개화병'이라는 이름이 붙었을 정도다. 여기 대해서도 여러 가설이 제기돼 왔다. 대나무 한 종이 다음 대로 번식하기 위해 꽃을 피우려면 현재 개체가 싹 죽을 정도의 극심한 에너지가 필요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대나무의 진짜 의도와는 관계없이, 꽃을 집단으로 피우고 열매가 맺힐 무렵이면 대나무밭에 엄청난 양의 설치류, 특히 쥐가 번식한다. 갑자기 많은 열매가 생기면 이를 먹으려 쥐들이 몰리고 급격히 불어나면서 여러 질병이 야기된다. 때문에 대나무밭이 많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민가가 엄청난 피해를 보기도 한다.

이윤서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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