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구성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고대 로마 콘크리트(로만 콘크리트)는 놀라운 자기 복원 능력을 갖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학교와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등 공동 연구팀은 6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낸 논문에서 줄곧 수수께끼로 여겨졌던 고대 로마 콘크리트 내구성의 비밀을 소개했다.

로마시대 건축물은 엄청난 견고함으로 유명하다. 돔 형태의 로마 판테온은 세계 최대 규모의 무근 콘크리트 건축물이다. 로마시대에 지어진 건물이나 시설은 2000년이 지나도 멀쩡한 것들이 적잖아 수도 등은 현재도 사용될 정도다.

그간 학자들은 로만 콘크리트의 내구성이 포졸라나(포졸리 지층에서 나는 화산성 모래)라고 여겼다. 다만 연구팀은 로만 콘크리트의 조사 과정에서 로마인들이 특수한 방법으로 콘크리트에 자기 복원 능력을 부여했다고 결론 내렸다.

무근 콘크리트 양식 건물 중 최강의 내구성을 자랑하는 로마 판테온 <사진=pixabay>

조사 관계자는 “로만 콘크리트 구조를 자세히 보면 석회쇄설암(lime clast)의 아주 작은 알갱이들이 콘크리트의 내구성을 책임졌음을 알 수 있다”며 “석회쇄설암은 석회 등 고대인이 사용한 주요 건자재와 혼합이 부실해 섞인 불순물로 여겨졌던 물질”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석회쇄설암은 결함은커녕 로만 콘크리트의 놀라운 내구력의 비밀이다. 콘크리트 원료를 섞을 때 일반 석회를 넣으면 물과 결합해 반응성이 높은 페이스트 형태의 물질이 되는데, 고대 로마인은 보다 반응성이 높은 물질을 찾다 생석회에 눈을 돌렸고, 이 과정에서 석회쇄설암이 형성됐다는 의미다. 생석회는 석회석을 최대 1200℃의 고온에서 연소하면 만들어지는 산화칼슘이다.

조사 관계자는 “고대 로마인들은 석회를 물에 반죽한 콘크리트의 내구성에 만족하지 못한 모양”이라며 “생석회를 고온에서 굽는 방식을 연구하던 중 최적의 내구성을 찾았고, 이 과정에서 석회쇄설암 덩어리들이 생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로마인들이 생석회를 구워 만든 콘크리트 구조물은 갈라진 틈을 복원하는 석회쇄설암 알갱이로 채워진 사실이 밝혀졌다. 시멘트를 물과 혼합하고 자갈 등을 채운 일반 콘크리트는 틈이 저절로 복구되지 않는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이 생각을 검증하기 위해 고해상도 멀티스케일 촬영 및 화학 매핑 기술로 로만 콘크리트를 분석했다. 그 결과 석회쇄설암은 여러 형태의 탄산칼슘으로 구성되며, 로마인들은 이를 형성하기 위해 생석회에 상당한 온도를 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관계자는 “이런 고온은 그냥 석회가 아니라 생석회 발열반응이 아니면 입증이 불가능하다”며 “로만 콘크리트는 생석회를 기본적으로 사용했고, 여기에 포졸라나 등 원료를 섞어 고온에서 혼합, 완성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콘크리트의 고온 혼합은 재료 전체가 고온이 됨으로써 일반 석회에서는 불가능한 화학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고온에서 반응이 촉진되기 때문에 콘크리트의 양생과 경화 시간이 크게 짧아져 공사 기간이 줄어든다.

이탈리아 프리베르노 고고학 유적지(왼쪽)와 여기서 수집한 2㎝ 크기의 로만 콘크리트 파편(오른쪽). 빨간색이 독특한 자가 복구 능력을 구현하는 석회쇄설암 덩어리들이다. <사진=MIT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로만 콘크리트를 고온에서 생성하는 과정에서 석회쇄설암은 반응성이 높은 나노입자 구조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며 “콘크리트 건축물이 충격이나 풍화로 갈라지고 물이 들어차면 칼슘과 섞여 다시 결정화되는데, 이때 석회쇄설암이 포졸라나와 반응, 고대 콘크리트의 복원 능력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연구팀이 생석회로 만든 콘크리트에 일부러 틈을 만들고 물을 흘려보내자 2주일도 안 돼 완전히 막히는 것이 확인됐다. 생석회를 사용하지 않은 콘크리트에서는 이런 반응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조사 관계자는 “콘크리트의 원료인 시멘트를 생산할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전체 발생량의 약 8%를 차지한다”며 “로마인의 지혜가 완성한 콘크리트 공법을 토대로 자가 복구 콘크리트를 개발할 수 있다면 여러모로 가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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