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변이로 몸집이 거대해진 뱀이 호주의 작은 섬을 점령했다. 하필 맹독을 가진 타이거 스네이크(호랑이뱀)여서 긴급 경계령이 내려졌는데, 학자들은 난데없이 뱀의 덩치가 커진 이유를 조사하고 있다.
14일 호주 언론들은 마운트 샤펠 섬이 현재 맹독을 가진 뱀 타이거 스네이크 돌연변이로 가득 차는 기현상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섬을 채운 타이거 스네이크는 일반 개체보다 2배나 거대해져 학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타이거 스네이크는 호주 본토에 널리 분포하며, 태즈메이니아 앞바다에 있는 작은 섬 마운트 샤펠 섬에도 서식한다. 다만 최근 눈에 띄는 개체들은 동종과 비교해 몸집에 2배나 커 학계를 놀라게 했다.
학자들은 마운트 샤펠 섬의 타이거 스네이크 몸이 커진 이유가 자연선택에 의한 적응진화로 보고 있다. 이 섬의 타이거 스네이크가 먹이로 삼는 조류의 성장이 빨라 하루가 다르게 커지는 먹이를 삼키기 위해 뱀의 머리 역시 커졌고, 그에 맞춰 몸도 길고 굵어졌다는 이야기다.

한 생태학자는 "이 섬의 타이거 스네이크는 쇠부리슴새 어미가 없는 사이 둥지에 남은 병아리를 잡아먹는다"며 "금방 성장하는 쇠부리슴새 병아리를 삼키기 위해 뱀의 머리도 진화를 거듭했고, 그 결과 몸집도 거대해진 것"이라고 추측했다.
호주 보건당국은 마운트 샤펠 섬에 사람이 거의 살지 않지만 무인도도 아니기에 만약 이곳을 찾는다면 각별히 조심하라고 공지했다. 섬에서는 도처에서 타이거 스네이크를 볼 수 있는데, 덩치가 너무 커졌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큰 위협이 된다고 경고했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보통 타이거 스네이크의 크기는 100~180㎝ 정도지만 마운트 샤펠 섬은 240㎝ 넘는 개체가 발견된다"며 "타이거 스네이크의 모든 아종을 통틀어 가장 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타이거 스네이크는 맹독으로 유명한 독사다. 독의 위력이 방울뱀의 최소 10배, 최대 20배에 달한다. 특히 돌연변이인 마운트 샤펠 섬의 개체들은 동종 중에서도 가장 많은 독을 가진 것으로 판명됐다. 본토 뱀의 독 양이 마리당 약 35mg인데 비해 섬의 뱀은 2배가 넘는 74mg으로 확인됐다.
생태학자들은 진화에 따라 송곳니도 커진 마운트 샤펠 섬의 타이거 스네이크는 출혈독과 신경독을 포함한 대량의 독을 가져 물리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아울러 생태학자들은 마운트 샤펠 섬의 타이거 스네이크들이 몸집을 불린 정확한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정밀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