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빌며 각종 귀중품을 던진 청동기시대 우물이 유럽에서 발견됐다. 삶의 근원인 우물에 값진 물건을 던지며 소원을 빈 고대인의 풍습을 엿볼 수 있어 학계 관심이 쏠렸다.

독일 바이에른 문화재관리국은 20일 공식 채널을 통해 퓌르슈텐펠트브루크 게르머링의 청동기시대 유적에 자리한 3000년 전 우물을 소개했다.

이 우물은 2021년 게르머링에서 발견된 고대 유럽 사람들의 군락지에 자리한다. 문화재관리국은 고고학자들을 파견, 2년째 발굴 조사를 진행하며 우물 약 70개를 특정했는데, 최근 확인된 우물 한 곳에 진귀한 물건이 가득했다.

3000년 전 독일 게르머링 지역에 정착한 고대인이 사용한 우물 <사진=바이에른 문화재관리국 공식 홈페이지>

우물은 고대 문명 대부분이 신성시했다. 물을 저장하는 우물은 삶을 지탱하고 농업을 유지하는 근원이기 때문이다. 고대인이 터를 잡은 군락에 존재하는 우물을 연구하면 당시 사람들의 문화나 풍습도 엿볼 수 있다.

고대 유럽에 정착한 게르만 및 켈트 족도 샘과 우물을 귀하게 여겼다. 떠받드는 신을 본뜬 나무상을 물가에 세우기도 했다. 특히 게르만 족은 물리친 적의 갑옷과 무기를 강에 던지며 다음 싸움도 이길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다. 

문화재관리국 관계자는 "고대인은 샘이 있는 곳에 정착해 마을을 조성하고 농사를 지었다"며 "한 지역에 있는 샘 주변을 돌로 보강한 우물은 삶의 에너지원이며, 커뮤니티의 중심 역할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3000년 전 우물에서 나온 조각들로 복원한 청동기시대 도자기들. 제법 정교한 무늬가 들어갔다. <사진=바이에른 문화재관리국 공식 홈페이지>

유럽에서 오래된 우물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다만 식수원이 되는 귀중한 우물에서 값진 물건이 수도 없이 나온 것은 전례가 없다.

고고학자들은 게르머링 지역의 고대인이 우물을 신성시한 나머지 소원을 빌며 아끼는 귀중품을 던져 넣은 것으로 결론 내렸다. 동이나 은 등 귀금속은 사람들의 의도와 관계 없이 살균 효과도 발휘했을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관리국 관계자는 "게르머링 유적에는 약 9000년 전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으로 여겨진다"며 "4000년 이상 농사가 이뤄진 지역으로, 우물은 사람들을 하나로 엮는 존재이자 소원을 들어주는 신과 같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동기시대 사람들은 동물 가죽으로 만든 옷을 여미기 위해 금속제 핀을 사용했다. 이 핀들이 우물 내부에서 대량 발견됐다. <사진=바이에른 문화재관리국 공식 홈페이지>

이어 "청동기시대부터 중세 초기에 걸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우물 하나에서 무려 1만3500점의 유물이 나왔다"며 "오랜 세월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귀한 물건을 던져 넣었다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게르머링 정착민들이 우물에 바친 보물들은 청동기시대 중기 사람들이 망자와 함께 무덤에 안치한 것들과 종류나 유형이 상당히 비슷하다"고 전했다.

소원을 빌며 우물에 동전을 던지는 풍습은 지금도 이어진다. 저마다 비는 소원이 다른 것처럼, 고대인은 풍작과 사냥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간절히 바라며 가장 아끼는 물건들을 우물에 넣었을 것으로 학자들은 생각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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