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거미가 손상된 생식기와 항문을 멀쩡하게 재생한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 학계는 사고 등으로 사지를 잃은 사람의 치료에도 좋은 힌트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학교 연구팀은 23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소개된 논문에서 바다거미가 가진 놀라운 재생 능력을 소개했다.

우리나라를 포함, 전 세계 바닷가에 분포하는 바다거미는 몸통에 비해 길쭉한 다리가 특징이다. 심해에 서식하는 일부 바다거미의 경우 다리 길이가 30㎝를 훌쩍 넘기도 한다.

연구팀은 전체 바다거미 중에서 다리가 굵은 축에 속하는 피크노고넘 리토랄(Pycnogonum litorale) 23마리의 재생 능력을 실험했다. 하체와 뒷다리를 절단하는 과정에서 연구팀은 거미들이 다리는 물론 장과 항문, 근육 조직, 심지어 생식기까지 재건하는 것을 확인했다. 

몸통에 비해 다리가 아주 긴 바다거미 <사진=EVNautilus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Rare Glimpse of Sea Spiders Matching Pores' 캡처>

실험 관계자는 "재생한 바다거미 19마리 중 16마리는 잃어버린 부위를 1개 이상 재생했다"며 "14마리는 하체와 장, 생식기, 항문이 재건됐다. 실험에 동원된 바다거미의 90%가 멀쩡하게 살았고 탈피까지 한 개체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절지동물인 바다거미는 단단한 껍질을 가진 탈피동물이기도 하다"며 "이런 특징 때문에 다리 외에는 재생할 수 없는 동물이라고 여겨져 왔다"고 덧붙였다.

거미나 지네, 게 등 절지동물이 잘린 다리를 재생하는 것은 어린이도 아는 사실이다. 다만 그 외의 부위, 특히 생식기나 항문까지 재건된다는 것은 지금까지 상식을 뒤엎는 일이다.

훔볼트대학교가 연구한 바다거미는 다리가 비교적 짧고 통통한 피크노고넘 리토랄(Pycnogonum litorale)이다. <사진=훔볼트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지구상의 생물 중에는 영화 '엑스맨'의 울버린처럼 이른바 힐링 팩터를 가진 것들이 존재한다. 불가사리의 경우 몸 전체를 재생할 수 있고, 손상된 온몸을 복원하는 편형동물도 있다. 도마뱀은 떨어진 꼬리가 새로 난다. 이와 달리 포유류는 잘린 사지가 재생되는 법이 없다. 기껏해야 피부나 간 등 일부 장기 조직이 되살아날 뿐이다.

연구팀은 바다거미의 재생이 신기하지만 거미 입장에서 쉬운 일은 아니라고 추측했다. 이번 실험에서 뒷다리가 잘린 바다거미 중 재생에는 성공했지만 한두 개 부족한 개체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다거미를 포함한 절지동물의 재생 능력을 보다 정확히 알기 위해 연구팀은 곤충이나 게 등 다른 종을 대상으로 추가 조사할 계획이다.

실험 관계자는 "이번 발견으로 다른 종의 재생 능력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질 것"이라며 "아직은 가정에 불과하지만, 이 획기적인 능력은 언젠가 인간의 치료에도 혁명을 일으킬지 모른다"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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