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관계자들 마저 복제품으로 생각했던 청동검이 3000년 전 제작된 귀중한 문화재로 밝혀졌다. 학계는 진흙에 묻혔던 역사적 유물이 늦게나마 본래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국 시카고 필드자연사박물관은 18일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고대 유럽 전쟁사관에 전시된 오랜 소장품이 사실 3000년 전 제작된 진품임이 밝혀졌다고 전했다.

길이 약 50㎝의 청동검은 1893년 설립된 필드자연사박물관이 1930년대 헝가리 박물관으로부터 사들였다. 이후 약 90년간 고대 유럽 전쟁사에 대한 관람객 이해를 돕기 위해 전시됐는데, 최근 우연한 기회에 높은 가치가 뒤늦게 밝혀졌다.

약 90년 동안 복제품 딱지를 붙이고 전시된 3000년 된 청동검 <사진=필드자연사박물관 공식 인스타그램>

박물관 관계자는 "청동검은 구입 당시부터 모조품으로 여겨졌지만 워낙 정교해 관람객 이해를 위한 샘플로 전시돼 왔다"며 "올해 열릴 큰 전시를 앞두고 전문가들을 불렀다가 의외의 사실이 밝혀졌다"고 전했다.

필드자연사박물관은 오는 3월 열릴 '유럽 최초의 왕(First Kings of Europe)' 전시를 위해 저명한 학자들을 불러 전시품 검수를 진행했다. 협력 관계인 헝가리 고고학자들은 박물관 곳곳을 둘러보던 중 모조품 라벨이 붙은 청동검이 진짜 같다고 조언했다.

3000년 전 유럽의 전사들은 죽은 동료나 적군의 검, 갑옷 등을 강에 던지는 풍습이 있었다. <사진=pixabay>

박물관이 형광 X레이 검사기를 동원, 청동검을 정밀 조사한 결과 화학 조성 상 유럽에서 발견된 다른 청동검들과 구리, 청동, 주석 함유량이 거의 일치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싸구려 성분으로 형체만 복원하는 모조품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라며 "가짜라고 가볍게 여겼던 청동검이 아주 정교한 3000년 전 전사의 물건이라니 놀랍다"고 말했다.

원래 가치가 밝혀지며 '유럽 최초의 왕' 전의 메인 홀에 전시될 이 검은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발견됐다. 고고학자들은 이 검이 승리를 자축하고 죽은 전우를 추모하기 위해 검이나 갑옷을 강물에 던져 넣은 3000년 전 유럽 전사의 검이라고 추측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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