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해안에서 엄청나게 큰 혹등고래 사체가 발견돼 야생동물 전문가들이 진상 조사에 나섰다. 환경 전문가들은 지역에 해상 풍력발전소가 들어서면서 발생한 소음이 고래들을 사지로 몰아넣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미 해양대기국(NOAA)은 지난달 30일 홈페이지를 통해 혹등고래 한 마리가 뉴욕 롱아일랜드 나소 카운티 리도 해안가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고 전했다. 고래의 몸길이는 무려 10.6m로 해안에 떠밀려온 해양 동물의 사체 중 가장 크다.

나소 카운티 환경단체들은 미국 동부 바다에서 고래가 잇따라 죽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혹등고래가 발견되기 2주 전 뉴저지 해안에 죽은 고래가 있다는 시민 신고가 들어왔다. 미연방 환경 당국에 따르면 지난 2개월 사이 향유고래 2마리와 혹등고래 7마리가 미국 동부 해안가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

이번에 신고된 혹등고래 사체는 나소 카운티 야생동물 전문가들이 부검 중이다. 전문가들은 근래 20년간 이 정도 크기의 혹등고래를 본 적이 없으며, 죽은 채 사람에게 발견된 것이 아주 안타깝다고 입을 모았다.

지역 매체가 촬영한 혹등고래 사체. 부검을 위해 옮기던 중 와이어가 끊어질 정도로 덩치가 크다. <사진=CBS New York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Dead whale washes ashore on Long Island beach' 캡처>

환경단체들은 고래가 발견된 지역에 건설되는 해상 풍력발전기가 해양 생물들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해양에너지관리국(BOEM)에 따르면 현재 뉴욕 앞바다 연방 해역에만 해양풍력발전기 3기가 건설되고 있다. 뉴저지 앞바다에도 4기가 조성 중이다.

야생동물 보호단체 클린오션액션 관계자는 “인간이 친환경 에너지를 얻기 위해 해상에 건설하는 풍력발전기는 말뚝을 설치할 때 엄청난 소음이 발생한다”며 “이 소리에 고래를 포함한 적지 않은 해양 동물들이 청각 손실 및 방향 감각 상실 등 피해를 입는다”고 전했다.

NOAA 역시 비교적 단기간에 많은 고래 사체가 발견된 것은 해상 풍력발전기 건설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고래를 포함한 해양 생물 일부가 해상 풍력발전소 건설 시 발생하는 소음에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pixabay>

고래 등 해양 포유류가 소음에 민감하다는 것은 다양한 실험에서 이미 입증됐다. 발전소 건설에 따른 소음은 물론 잠수함이나 어선이 쏘는 소나(SOund Navigation And Ranging, SONAR), 즉 음파탐지기 소리에 돌고래가 무더기로 죽은 사례도 있다.

미국 플로리다대학교 연구팀은 지난달 인간이 만들어낸 해양 소음에 의사소통이 막힌 돌고래들이 비명에 가까운 울음소리를 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해상 풍력발전소 건설 등 해양 소음 때문에 돌고래들의 의사소통 성공률이 60%대에 머문다고 아쉬워했다. 스트레스에 장기간 노출된 일부 돌고래는 방향감각을 완전히 상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 전문가들은 해상 풍력발전기를 세울 때 연방 정부가 강한 소음 규제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클린오션액션 관계자는 “사람들이 환경을 생각해 짓는 발전소가 실상은 많은 동물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대단한 아이러니”라며 “이 또한 인간의 욕심이므로, 동물 보호를 위해서는 강력한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