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 밑바닥 아래에서 미지의 공간과 해저 생물들의 생태계가 확인됐다. 학계는 토성의 위성 엔켈라두스 등에서 진행될 외계 생명체 탐사의 중요한 단서로 활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오스트리아 빈대학교 해양생물학자 모니카 브라이트 박사 연구팀은 미국 슈미트해양연구소(SOI)가 운용하는 심해 탐사선 수바스티안(SuB-astian)을 이용한 조사에서 해저 바닥 밑의 공간을 파악했다고 19일 전했다.
연구팀은 해수면으로부터 2515m 아래에 가로로 놓인 동태평양 해령(남극에서 태평양까지 이어지는 태평양 동남부 해령)의 열수분출공을 수바스티안을 통해 들여다봤다. 이곳은 어마어마한 수압 때문에 인간은 접근할 수 없지만 최신 원격 조작 기술로 움직이는 수바스티안은 약 4000m 해저까지 조사할 수 있다.
브라이트 박사는 "어둠이 깔린 동태평양 해령의 바닥을 살펴보니 그동안 아무도 몰랐던 공동이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놀랍게도 상당히 가혹한 환경에서도 생각보다 많은 생물이 살아가고 있었다"고 말했다.
박사는 "수심 약 2500m의 해저는 빛이 전혀 닿지 않을 뿐 아니라 엄청난 수압과 저온 탓에 인간에게는 너무 가혹한 환경"이라며 "이번 발견은 심해의 열수분출공을 중심으로 조성된 생태계가 상상 이상으로 복잡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수바스티안이 조사한 동태평양 해령 약 2500m 해저는 화산 활동이 활발하고 해저의 구멍으로부터 뜨거운 물이나 미네랄이 끊임없이 분출된다. 그에 따른 화학 작용에 따라 심해 생태계도 조성됐다.
브라이트 박사는 "우리가 가장 놀란 것은 해저 바닥 아래에 존재하는 수수께끼의 공간"이라며 "해저 약 10㎝ 아래에 자리한 공간은 해저의 화산 활동에 의해 25℃ 정도로 데워진 물로 채워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공간에는 갯지렁이류와 홍합, 관벌레(튜브웜, tube worm) 등 10여 종의 생물이 서식 중이었다"며 "이번 발견은 해저의 틈새에 터전을 만든 관벌레들의 유생이 열수분출공 밑에서부터 자라난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열수분출공 주변의 생물 군집은 상당히 광범위하게 퍼져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해저 바닥의 틈새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지 현재 알 수 없지만 심해의 무분별한 채굴 등으로부터 생태계를 지키려면 보다 많은 조사가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