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도 인간처럼 사춘기에 충동적이고 위험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사람과 달리 이익이 빤히 보이는 상황에서는 인내심을 발휘할 줄 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미국 미시간대학교 심리학 연구팀은 지난달 말 개최된 미국 심리학회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10대 사춘기 아이들의 불안정하고 돌발적인 심리와 행동이 자라난 환경뿐만 아니라 생물학적 요인에 따른 것일 수 있다고 의심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 침팬지의 사춘기를 들여다봤다. 50년 정도 사는 침팬지는 8~15세에 사람처럼 사춘기를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침팬지는 8~15세에 사춘기를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pixabay>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콩고 야생에서 태어난 침팬지 40마리를 모은 연구팀은 간식을 이용한 두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우선 땅콩과 바나나 같은 침팬지가 좋아하는 간식과 아주 싫어하는 오이를 넣고 용기에 넣고 하나만 선택하게 했다. 실험 후에는 각 침팬지의 침을 채취해 호르몬 양을 측정했다.

그 결과 오이를 고른 사춘기 침팬지들은 신음을 내고 흐느꼈다. 비명을 지르고 탁자를 두드리는가 하면, 자신을 심하게 할퀴기도 했다. 실험이 반복되는 동안 이런 행동은 점차 심해졌다. 어른 침팬지의 경우 오이를 뽑았을 때 분명 거부반응을 보였지만 충동적 행동은 하지 않았다.

두 번째 실험은 1960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가 3~5세 아동을 대상으로 실시한 ‘마시멜로 실험’의 침팬지 버전이다. 침팬지 앞에 바나나 조각을 내밀고 이를 곧바로 받으면 1개만, 1분간 기다리면 3개를 줬다.

결과는 다소 의외였다. 일부 사춘기 침팬지는 바나나 조각을 많이 받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불만을 표시했지만, 대체로 어른 침팬지들처럼 꿋꿋하게 1분간 기다려 바나나 조각 3개를 타냈다.

사춘기 침팬지는 인간처럼 불이익을 당하면 불같이 화를 내지만, 더 많은 이익을 위해서는 꾹 참을 줄 안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침팬지가 사람처럼 질풍노도의 시기에 반항적이고 충동적인 행동을 하면서도, 이익이 빤히 보일 경우 아주 강한 인내심을 발휘한다고 결론 내렸다. 

실험 관계자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침팬지도 사춘기에 호르몬 양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동료들과 새로운 유대감을 형성하기 시작한다”며 “대체로 공격적 행동이 많아지면서 사회적 지위를 놓고 경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사춘기 아이는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사태를 키우는 경향이 있지만, 침팬지는 더 큰 이익을 위해 꾹 참을 줄도 안다”며 “사춘기 침팬지와 인간이 심리 변화를 겪는 것은 생물학적 공통점이지만, 무모하고 충동적인 행동은 인간에게서 한층 두드러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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