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의 끝자락 카이퍼 벨트에 자리한 소행성 ‘콰오아(Quaoar)’가 아름다운 고리를 가진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 이로써 콰오아는 고리를 가진 8번째 태양계 천체가 됐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연방대학교 연구팀은 16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소행성 콰오아가 환상적인 거대 고리를 가졌음을 알아냈다고 발표했다.
소행성 같은 작은 천체는 고리가 매우 가늘고 어둡다는 점에서 이번 발견은 의미가 있다. 대개 이런 고리는 망원경으로 직접 관측할 수 없으며 성식, 즉 천체가 주성의 앞을 가리는 현상을 통해서 파악된다.
연구팀 관계자는 “소행성이 항성 바로 앞을 가로지르면 지구에서는 항성이 일시적으로 가려지면서 빛의 양이 줄어든다”며 “고리가 없는 천체가 항성을 가로지르는 경우 주성이 가려지는 것은 한 번이지만 고리가 있다면 세 차례 주성의 빛이 약해진다”고 설명했다.
콰오아의 추정 지름은 약 1110㎞로, 크기와 궤도의 성질상 준행성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행성보다는 크기가 한참 작은데, 그간 고리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행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다는 점에서 이번 발견은 의미가 있다.
실제로 태양계의 경우 목성과 토성, 천왕성, 해왕성 등 일부 행성이 고리를 가졌다. 이들 천체는 당연히 소행성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이런 생각을 처음 깬 건 태양계 소천체 센타우루스군에 위치한 ‘카리클로(Chariklo)’ 소행성이다. 학자들은 2014년 카리클로의 고리를 처음 발견했고, 몸집이 작은 소행성에도 고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해왕성 바깥을 도는 ‘하우메아(Haumea)’와 ‘키론(Chiron)’ 등 고리를 가진 태양계 소행성 두 개가 더 확인됐다.
연구팀은 2018년부터 3년간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 라 팔마 섬 로크 데 로스 무차초스 천문대의 카나리아 대망원경으로 콰오아의 성식을 관측했다. 정확한 관찰을 위해 연구팀은 영국 셰필드대학교가 개발한 초고감도 고속 카메라 ‘하이퍼캠’을 카나리아 대망원경에 부착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콰오아의 성식에서 세 차례 감광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콰오아가 고리를 가졌다고 직감했다. 거듭된 관측 결과, 콰오아에는 지름 약 4100㎞의 거대 고리가 있다고 연구팀은 결론 내렸다.
한 가지 의문은 고리의 지름이 지나치게 크다는 사실이다. 이는 로슈 한계, 즉 위성이 주성의 기조력에 부서지지 않고 접근할 수 있는 한계 거리에 모순된다. 콰오아의 고리 지름은 콰오아 반지름의 무려 7.4배다. 이는 콰오아의 로슈 한계를 한참 벗어난다.
연구팀 관계자는 “지금까지 발견된 천체의 고리들은 모두 로슈 한계 안쪽이나 경계에 존재했다”며 “이번에 콰오아에서 발견된 고리는 로슈 한계의 훨씬 바깥쪽에 있기 때문에 이론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즉 콰오아 고리의 존재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통용된 고리 형성 이론은 쓸모가 없다. 연구팀은 고리를 가진 다른 소행성들과 비교 분석을 통해 콰오아의 거대 고리가 존재하는 이유를 밝힐 계획이다.
연구팀은 콰오아가 가진 지름 약 170㎞의 위성 ‘웨이워트(Weywot)’에 기대를 걸었다. 이 위성의 물리적 성질은 아직 밝혀진 바가 없는데, 연구팀은 웨이워트의 성식 관측을 통해 콰오아의 정확한 지름과 대기 유무, 고리의 존재 이유 등 특징을 알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