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뿔의 세포를 이식해 쥐의 머리에 뿔이 나도록 하는 실험이 또 성공했다. 재생의학 발전의 진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학계가 주목했다.

중국 산시성 서북공업대학교(NWPU)는 16일 공개한 논문에서 예로부터 한방에서 귀하게 여긴 사슴뿔이 재생의학의 핵심인 전구세포의 공급원이 될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줄기세포에서 발생하는 전구세포는 신체를 구성하는 최종 세포로 분화한다.

연구팀은 플라나리아 같은 극단적인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인간의 간이나 피부 등 재생 능력을 업그레이드하면 재생 의학의 차원이 달라질 것으로 봤다. 동물이 가진 재생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진행한 연구팀은 사슴뿔의 세포를 실험 쥐의 머리에 이식, 뿔 같은 연골이 생성된 것을 확인했다.

사슴의 뿔은 재생 능력이 뛰어나 수차례 새로 난다. 연한 새 뿔을 잘라 말린 것이 녹용이다. <사진=pixabay>

실험 관계자는 "플라나리아는 100회 이상 절단해도 각 단편으로부터 증식을 거듭하는 재생의 왕"이라며 "인간도 피부나 간, 폐, 신장, 췌장 등 장기가 일정 수준 재생하지만, 크게 손상될 경우 복구가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사슴뿔은 예로부터 녹용으로 만들어 쓸 정도로 귀한 약재인데, 선인들은 매년 새로 나는 사슴뿔의 재생 능력에 주목한 것 같다"며 "포유류이면서도 정기적으로 몸을 재생시키는 사슴의 능력은 인간의 상상 이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사슴 수컷의 뿔은 매년 새로운 조직처럼 거듭난다. 그 구조는 재생 가능한 양서류의 팔다리와 비슷한데, 학자들은 척추동물의 조직을 재생시키는 데 사슴의 뿔 연구가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왔다.

연구팀은 발가락 끝을 쉽게 재생하는 생쥐를 사슴과 매치했다. 실험 관계자는 "사실 쥐도 잘린 발가락 끝을 재생할 수 있다"며 "사슴의 뿔 속 전구세포를 쥐에 이식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지는지 살피는 것이 이번 실험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사슴뿔의 전구세포를 생쥐에 이식해 발현하는 실험은 전부터 계속됐다. 사진은 중국 창춘대학교가 과거 진행한 실험으로, 2020년 국제 학술지에 소개됐다. <사진=Journal of Regenerative Biology and Medicine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사슴뿔이 재생될 때 세포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7만4730개 세포의 RNA 배열을 해석했다. 그 결과 팔다리를 재생하는 개구리나 우파루파, 발가락 끝을 재생시키는 쥐와 뚜렷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 관계자는 "분석 결과를 실제 확인하기 위해 사슴 전구세포를 쥐에게 이식한 결과, 생쥐의 두개골에 뿔 같은 연골이 형성됐다"며 "이는 이식된 전구세포가 성장하면서 생긴 것으로, 다른 곳에서 세포가 모여든 것은 아니라는 게 우리의 결론"이라고 말했다.

학계는 보다 심도 있는 연구를 거듭하면 사슴뿔이 인간 재생 의료에 활용될 세포 공급원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이번 연구는 재생에 필수적인 전구세포를 분리하는 데 성공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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