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산타 할아버지는 정말 있어요?"

산타 클로스의 존재는 부모들이 어린 자녀들에게 하는 흔한 거짓말 중 하나다. 대부분 동심을 지켜주기 위해 만들어내는 선한 거짓말(white lie)로 여겨지는데, 이를 굳게 믿은 일부 아이는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 산타클로스가 실존한다고 믿기도 한다.

다만 거짓말은 언제가 들통나는 법. 아이들은 자라는 사이 엄마 아빠가 해준 산타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이 과정에서 자칫 가족에 대한 신뢰가 뿌리째 흔들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는 부모는 거의 없다.

■'산타는 있다'는 선한 거짓말?

아이들의 어린시절 판타지의 대표 격인 산타클로스 <사진=영화 '산타클로스' 스틸>

일본의 한 통계에 따르면, 아이들은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는다. 대부분 부모의 말에 따라 산타를 믿었던 아이들은 학교 친구들과 대화를 통해 진실을 깨닫는다.

심리학자들은 아이들이 '산타'라는 판타지가 부모가 지어낸 이야기임을 알게 될 때, 생각지도 못한 재앙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기적 유전자'로 유명한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79)는 동화나 신화를 아이에게 전해주면서 거짓된 세계관을 심어주는 것은 부모의 이기심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영국 엑서터대학교 심리학자 크리스토퍼 보일 교수 역시 산타에 대한 부모의 거짓말이 신뢰를 무너뜨리며, 아이가 사람을 믿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보일 교수는 '훌륭한 거짓말(A Wonderful Lie)'이라는 논문에서 부모가 아이들이 산타를 믿도록 꾸며대는 것은 '선한 거짓말'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들이 산타를 믿게 하는 것은 어른들의 이기적 욕구일 뿐"이라며 "부모는 어린 아이에게 거짓말을 할 때 그 영향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상상 외로 다양한 거짓말을 한다"며 "아무리 동기가 좋고 선한 의지일지라도 아이들이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배신감이 드는 걸 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보일 교수에 따르면 잘되라고 거짓말을 하는 어른들은 사실 어린 시절을 간접체험하고 싶은 이기적 욕구에 사로잡힌 경우가 많다. 동화나 신화를 좋아하는 어른일수록 자식에게 거짓말을 함으로써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이야기다. 

■동화와 신화적 세계관의 허상

동화나 신화는 아이에게 꿈을 심어주지만 진실이 밝혀졌을 때 충격을 주기도 한다. <사진=pixabay>

중요한 것은 거짓말이 들통났을 때 부모가 어떻게 대처하느냐다. 어설픈 변명은 부모 자식간에 형성된 신뢰관계에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심리학자들의 지적이다.

보일 교수는 "사실 산타는 아이와 부모 사이를 좁혀주는 훌륭한 이야깃거리이며, 부모 대부분은 산타가 실제 있다고 가르칠 것"이라며 "이 행위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거짓말을 아이가 알게 됐을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어떤 시점에 아이는 '산타가 진짜 있는가?'라고 물을텐데, 부모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며 "산타가 없다는 사실을 아이가 충격 없이 깨닫게 하는 것도 부모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산타나 신화 등의 세계관들은 어린아이와 부모의 친밀감을 높여주지만 허상도 있다"며 "아이가 진실을 깨닫게 될 시점에 부모와 사이의 신뢰관계에 덜 금이 가도록 아빠와 엄마들이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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