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노폐물을 씻어내는 기능은 수면이나 마취 중 오히려 약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충분한 수면은 신체 기능을 재정비할 뿐 아니라 쌓인 뇌 노폐물을 청소해 준다는 기존 연구와 정반대 주장에 관심이 쏠렸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CL) 연구팀은 13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소개된 실험 보고서에서 이같이 설명했다. 잠이 뇌의 노폐물을 배출한다는 최신 연구 결과가 지난 3월 미국 워싱턴대학교에서 막 나온 터라 논란이 벌어졌다.

쥐의 뇌를 통해 선행 연구를 실시한 워싱턴대학교는 수면 시 리드미컬한 뇌파가 발생, 뇌 조직에 뇌척수액을 흘러가 노폐물을 씻어낸다고 밝혔다. 뇌파의 리듬이 느려지면 신선한 뇌척수액을 보내기 어려워 뇌 조직의 노폐물이 그대로 쌓인다고 덧붙였다.

사람이 잠을 잘 때 뇌 노폐물 청소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사진=pixabay>

ICL 연구팀은 수면 부족으로 인간을 비롯한 동물들이 수많은 문제를 겪으며, 잠자는 동안 뇌가 우리 몸의 수호자 역할을 하는 건 맞는다고 전제했다. 다만 뇌의 노폐물 제거 활동이 수면 중에 활발하다는 그간의 연구는 간접적 증거에 의존해 왔다고 지적했다.

ICL 브라이언 셰 연구원은 "쥐의 뇌실을 채운 뇌척수액에 형광색소를 더해 이동을 관찰하기 쉽게 했다"며 "그 결과 뇌척수액의 움직임은 깨어 있을 때와 비교해 수면 시 30%, 마취 시 50% 각각 감소했다"고 전했다.

이어 "수면은 모든 포유류의 공통된 욕구이기에 인간도 쥐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연구는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가 잠을 자도록 설계된 여러 이유 중 적어도 노폐물 청소는 들어가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동물의 뇌는 수면 시 노폐물 청소를 한다는 기존 연구는 틀렸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할 경우 뇌 독소 등 노폐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는다는 기존 생각이 틀렸다면 알츠하이머 등 수면 부족이 야기하는 것으로 추측된 질병의 연구도 달라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연구팀은 깨어 있을 때 뇌 속 노폐물 제거가 잘 때보다 효율적이라면 평소에 뇌를 활발하게 사용하는 것이 건강 유지에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