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의 뇌를 가시화하는 매핑 연구가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신경계 내에 존재하는 모든 신경세포들의 연결망인 커넥톰(connectome)이 완성되면서 향후 곤충의 생태를 보다 자세히 이해할 발판이 마련됐다고 학계는 높이 평가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연구팀은 23일 일반에 발표한 논문에서 무려 12년을 들여 완성한 노랑초파리 유충의 뇌 커넥톰을 공개했다. 이들의 업적은 이달 중순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를 통해서도 소개됐다.

연구팀은 노랑초파리 유충의 뇌내 신경세포 3016개와 이들 사이의 결합 54만8000개를 매핑을 통해 일일이 확인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곤충의 뇌 속에서 오가는 신호가 어떻게 행동으로 이어지는지 보여준다"며 "12년에 걸쳐 수천 장의 뇌 사진을 한 장의 지도로 집결한 이번 연구는 곤충 생태 연구에 변혁을 가져올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케임브리지대학교 연구팀이 12년을 들여 완성한 노랑초파리 유충의 뇌 커넥톰. 좌뇌와 우뇌 신경세포와 그 연결을 도식화했다. <사진=케임브리지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노랑초파리의 뇌 커넥톰을 만들기 위해 연구팀은 수천 개의 뇌 슬라이스를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했다. 이어 지금까지 축적된 노랑초파리의 신경세포 결합 데이터를 참고하고 실제 연결을 확인해가며 하나씩 매핑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곤충의 뇌 양 반구는 사람처럼 각각 독자적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도 "이들이 가진 정보가 어떻게 정리돼 행동이나 인지에 반영되는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 완성한 커넥톰에는 개별 신경세포의 결합뿐만 아니라 우뇌와 좌뇌의 상호작용이 기록돼 있다"며 "이를 통해 우리는 곤충의 뇌 상호작용을 한층 깊이 연구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노랑초파리 유충의 뇌 신경세포(점)와 그 연결(선)을 보여주는 그림(왼쪽). 오른쪽은 뇌 전체의 시냅스 연결 매트릭스다. <사진=케임브리지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위의 왼쪽 사진 속 커넥톰 상의 무수한 작은 점은 각 신경세포를 나타낸다. 선은 이들의 결합을 보여준다. 원을 이루며 나열된 각기 다른 그림들은 다양한 신경세포의 형상이다. 오른쪽의 시냅스 연결 매트릭스는 노랑초파리 유충의 뇌 신경세포를 형태학 및 기능에 따라 93개 유형으로 구분한 결과물이다. 

생물학계는 노랑초파리 유충의 뇌 커넥톰이 대단한 성과라고 반겼다. 지금까지 곤충의 뇌 커넥톰은 구조가 단순한 선충이나 환형동물에 제한됐고, 그나마 완성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는 이번 커넥톰이 품은 지식들이 장차 인간의 뇌 연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했다. 아주 복잡한 인간의 뇌는 부분적인 활동을 관찰할 수 있을 뿐 신경세포의 전체적인 네트워크를 보여주는 커넥톰은 존재하지 않는다.

존스홉킨스대 관계자는 "복잡성에서 큰 차이는 있지만 신경세포가 서로 연결된 네트워크라는 점에서 종에 관계없이 생물들의 뇌 구조 자체는 비슷하다"며 "실제로 이번에 커넥톰이 작성된 노랑초파리 유충의 뇌는 복잡한 일면에 단순성도 갖췄고 인간과 많은 공통점이 있어 연구용 모델로 자주 이용된다"고 말했다.

케임브리지대학교 연구팀의 다음 목표는 학습이나 의사결정과 같은 특정 행동과 관련된 신경세포 구조의 분석이다. 작은 곤충도 복잡한 신경세포를 가졌고, 이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그 기능을 해명할 수 있다면 인간 학습 행동의 효율을 높이거나 고도의 인공지능(AI) 개발에 응용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참고로 인간 외의 생물의 뇌 지도 작성이 처음 시도된 것은 1970년이다. 그 대상은 다양한 생물 실험에 동원되는 예쁜꼬마선충이다. 이 선충의 뇌구조는 노랑초파리 유충보다 훨씬 단순한데, 이를 매핑한 커넥톰 자체도 이번에 나온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불완전하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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