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잡이로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가 암석과 뒤섞여 형성된 새로운 플라스틱 암석이 발견됐다. 학자들은 플라스틱에 의한 심각한 환경 오염이 새로운 지질시대의 상징이 돼버렸다고 개탄했다.

브라질 파라나연방공과대학교 페르난다 아벨라 산토스 교수(지질학) 연구팀은 25일 공식 채널을 통해 화산으로 이뤄진 트린다데 섬에서 신종 플라스틱 암석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플라스틱 암석은 주로 바다를 표류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천연 돌과 섞이고 고착돼 만들어진다. 연구팀은 플라스틱 암석이야말로 인간이 만든 인류세(anthropocene, 인신세)의 암울한 자화상이라고 강조했다. 인류세란 2021년 세상을 떠난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 대기화학자 파울 크뤼천이 주창했다.

산토스 교수는 "인간 때문에 야기된 인류세에 입각할 때, 플라스틱 암석은 기괴한 지질학적 시대의 증거이자 아이콘"이라며 "우리가 지금 환경을 위해 행동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플라스틱 암석을 일상적으로 접하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브라질의 외딴섬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암석 <사진=페르난다 아벨라 산토스 트위터>

연구팀이 이 플라스틱 암석을 처음 발견한 것은 지난 2019년이다. 산토스 교수는 멸종 위기종인 푸른바다거북 조사를 위해 이 섬을 방문했다가 해안이며 섬 곳곳에 형성된 청록색 돌에 주목했다. 가까이서 본 돌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천연 암석에 들러붙어 형성된 것이었다.

산토스 교수는 "채취한 암석 샘플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연구한 결과, 지구가 수십억 년에 걸쳐 형성한 암석에 플라스틱이 더해진 새로운 지층임이 판명됐다"며 "플라스틱 암석은 사람이 사는 일부 지역에서 발견됐지만 무인도에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교수는 트린다데 섬이 지구상에서 가장 고립된 지역이라는 점에서 플라스틱 오염이 아주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섬에서 광범위한 플라스틱 암석이 발견된 것은 인간이 인류세를 스스로 끝낼 기회가 거의 남지 않은 증거라고 교수는 지적했다.

해안을 뒤덮은 청록색 플라스틱 암석 <사진=페르난다 아벨라 산토스 트위터>

그는 "사람 손길이 닿지 않은 무인도조차 해류를 타고 전 세계로부터 페트병이나 가정 쓰레기 등 플라스틱이 흘러들고 있다"며 "생태계 유지에 필요한 바위들이 플라스틱에 침식되면 미세 플라스틱이 흘러나와 섬의 먹이사슬을 오염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플라스틱 암석은 2014년 이후 하와이와 영국, 이탈리아, 일본 등 세계 각지에서 보고돼 왔다. 모두 사람이 살거나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지역에서 발견됐다. 퇴적암과 결합한 플라스티글로머레이트(plastiglomerates), 쇄설암 계열의 돌이 변형된 파이로플라스틱(pyroplastics)', 화성암 계열의 플라스티스톤(plastistones)이 대표적이다.

산토스 교수는 "플라스틱 암석은 세탁 과정에서 나오는 화학섬유의 실밥과 결합이 대부분이지만 이번 암석의 주성분은 어망"이라며 "인간의 개입으로 이제 무엇이 진짜 자연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환경이 오염됐다"고 아쉬워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