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만든 차세대 우주망원경 '로만'이 발사를 약 4년 뒤로 예정하면서 그 뛰어난 성능에 관심이 집중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8일 공식 채널을 통해 2027년 5월 발사 예정인 로만우주망원경의 우주 탐사 방법과 놀라운 스펙을 공개했다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는 은하나 은하단의 진화의 미스터리를 알아내기 위해 이른바 '우주의 시간을 되돌리는 방법'을 고안했다. 실제 시간을 돌리듯 우주 진화의 과정을 고성능 장비로 역추적하는 방법인데, 그 주체가 바로 로만우주망원경이다.

2027년 5월 스페이스X의 로켓을 이용해 발사될 로만우주망원경 <사진=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공식 홈페이지>

NASA 관계자는 "우주의 광대한 구조는 은하나 은하단이 밀집하는 영역과 은하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초공동(보이드) 영역이 엮인 필라멘트 구조"라며 "이는 우리가 직접 관측할 수 없는 암흑 물질의 중력이 은하나 은하단을 끌어당기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고 전했다.

우주의 표준 모델로 유력한 것이 '람다-CDM'이다. 암흑 물질이나 암흑 에너지를 포함해 가속 팽창하는 물질들이 주체가 되는 모델이다. 초기 우주를 채운 플라즈마 상태의 가스에 양자 떨림이 발생, 암흑 물질 입자를 끌어당겼다고 본다.

이후 우주 팽창에 의해 양자 떨림이 확대됨에 따라 우주 공간 속 암흑 물질의 밀도에 차이가 생겼고, 암흑 물질 입자가 집적된 '암흑 헤일로(Dark Halo)'의 중력이 별의 재료가 되는 가스와 먼지를 당겨 별이나 은하가 생성·합체한 결과가 현재의 우주라는 이론이다.

2018년 타계한 NASA 소속 천문학자 낸시 그레이스 로만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로만우주망원경은 이처럼 은하나 은하단의 분포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고찰한 우주 표준 모델이 맞는지 알아보는 장비다. 은하 형성과 진화에서 성간 가스 냉각이나 별 형성, 초신성 폭발 등 수많은 물리 과정이 복잡하게 반복되며, 이론과 시뮬레이션 만으로는 아직 이해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 로만망원경에 거는 기대가 크다.

NASA 관계자는 "우주가 진화해온 역사와 은하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들여다보는 역할은 허블 등 우주망원경의 몫이었다"며 "기술의 발전으로 우주 관측 장비의 성능도 좋아진 만큼, 로만우주망원경은 허블우주망원경을 손쉽게 압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망원경에는 허블과 같은 지름 2.4m 주경과 최신형 관측 장비 2개가 탑재된다. 하나는 광시야 근적외선 카메라 WFI(Wide Field Instrument)다. WFI는 허블우주망원경의 100배에 달하는 광시야각을 가지며, 3억 화소급 촬상소자를 갖췄다.

허블우주망원경(오른쪽)과 로만우주망원경의 관측 가능한 영역을 보여주는 비교도 <사진=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공식 홈페이지>

NASA 관계자는 "이러한 로만우주망원경의 시야와 선회 속도 덕에 허블우주망원경보다 약 1000배 속도로 우주 공간을 매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학자들은 로만우주망원경이 발사돼 데이터를 수집하면 그간 가설과 시뮬레이션 결과에 의존해온 은하의 형성이나 암흑 물질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로만망원경은 NASA의 초대 주임 천문학자 낸시 그레이스 로만의 이름을 땄다. 2027년 5월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 우주센터 39A 사점에서 발사될 예정이다. 이후 태양과 지구의 라그랑주점 중 하나인 L2(지구로부터의 거리 약 150만㎞) 주변에서 관측을 실시한다. 예상 운용 기간은 재연장 5년을 더한 총 10년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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