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m 넘는 심해에서 기괴한 외형을 가진 오징어가 카메라에 담겼다. 대중에 익숙한 일반 오징어와 전혀 다른 형상에 관심이 쏠렸다.

미국 슈미트 해양연구소(Schmidt Ocean Institute, SOI)는 11일 공식 채널을 통해 호주 앞바다 깊은 곳에서 조우한 '빅핀 오징어(Bigfin Squid)'를 소개했다.

1998년 학계에 처음 보고된 빅핀 오징어는 최대 6000m 넘는 심해에서도 버틸 수 있다. 고전 SF 소설에 등장하는 상상 속 외계인처럼 길쭉한 다리가 인상적이며, 몸통에 비해 매우 큰 지느러미를 갖췄다.

호주 앞바다 2000m 심해에서 발견된 빅핀 오징어 <사진=SOI 공식 트위터>

SOI 관계자는 "대충 봐서는 오징어라는 걸 알기 어려울 정도로 빅핀 오징어의 형상은 기괴하다"며 "비정상적으로 길쭉한 촉수가 특징으로, 호주 앞바다에서는 약 20년 전 처음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약 20회 정도 카메라에 잡혔다"고 전했다.

이번 촬영은 SOI가 운용하는 원격 무인 잠수함 ROV '수바스티안(SuBastian)'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SOI는 미 해양대기국(NOAA) 등과 연계해 이 ROV를 활용한 해저 및 해수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심해의 압력에 견디는 '수바스티안'은 고정밀 촬영 장비를 갖춰 해양 생태계 연구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SOI 관계자는 "이번 발견은 대서양 일대의 수중 환경을 탐사하는 'REV Ocean'의 일환"이라며 "반투명 분홍빛이 도는 붉은색 몸에 짙은 자주색 눈을 하고 수심 2000m 심해를 유유하게 헤엄치는 빅핀 오징어는 말을 잊게 할 정도로 환상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리가 아주 가느다란 빅핀 오징어는 몸길이가 무려 6m에 달한다. 비현실적인 외형 때문에 마치 컴퓨터그래픽처럼 보인다. <사진=SOI 공식 트위터>

빅핀 오징어는 몸통에 비해 매우 큰 지느러미(핀)를 가졌다. 다리는 일반 오징어와 마찬가지로 8개(2개의 촉완을 더해 10개로 본다)지만 촉수처럼 굉장히 길고 가느다랗다. 지느러미에서 다리 끝까지 전체 길이는 6m 이상이나 된다.

학자들은 이 심해 오징어가 어떻게 먹이를 잡는지, 번식은 어떤 식으로 하는지 아직 많은 정보를 얻어내지 못했다. SOI는 이번에 발견된 빅핀 오징어의 경우 붉은빛을 많이 띠고 다리 모양도 기존 개체와 달라 신종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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