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치 아픈 플라스틱 쓰레기에서 음식물을 뽑는 획기적인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식량문제 해결은 물론, 우주식량 조달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식품용 3D 프린터를 개발하는 비헥스(Beehex) 사는 현재 플라스틱 폐기물에서 우주비행사들이 먹을 음식을 뽑아내는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학자들은 조만간 이뤄질지 모를 행성 이주에 대비해 우주 식량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곤충식이나 가축 세포를 배양한 인공육 등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데, 플라스틱 폐기물을 원료로 한 음식은 학계도 충격을 받을 만큼 파격적이다.
이 기술은 지난 1월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onsumer's Electronic Show 2023)에 먼저 소개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 출신 엔지니어 안잔 컨트랙터가 설립한 비헥스는 지구를 뒤덮은 플라스틱 쓰레기로 식품을 만들면 환경에도 이롭고 식량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방법은 이렇다. 특수 컨테이너에 플라스틱 쓰레기를 넣고 잘게 부숴준다. 이후 분쇄된 플라스틱 조각을 바이오리액터에 투입한다. 바이오리액터는 동식물의 세포나 미생물 등 생체 촉매를 이용해 물질을 합성하거나 분해하는 반응기다. 비헥사는 특수 인공 세균을 촉매로 활용한다.
회사 관계자는 "특수한 세균이 플라스틱을 먹어치우는 과정에서 인간이 섭취할 수 있는 바이오매스가 생성된다"며 "이 바이오매스를 이용해 다양한 형태, 식감을 구현한 식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플라스틱 쓰레기로 음식을 뽑는 기술은 NASA도 주목한다. 현재 유인 달 탐사 '아르테미스(Artemis)' 계획을 진행 중인 NASA는 장기 임무를 수행하는 우주인 건강을 지키기 위해 우주식량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비헥스 사의 기술은 미국의 다른 정부 기관도 주목한다. 당장 인류가 직면한 식량문제를 해결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미국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이미 비헥스 사에 자금을 제공하고 있다.
비헥스는 플라스틱 쓰레기에서 뽑아낸 식품을 지구에서 먼저 테스트할 계획이다. 대상은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 또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발생한 난민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미군이나 유엔 등 전 세계 정부기관들이 플라스틱 식량에 관심을 보인다"며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이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시장 규모는 최대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이어 "우주 진출에 대비해 컨테이너나 바이오리액터를 경량·소형화하는 연구도 한창"이라며 "이르면 2026년 달 표면에 플라스틱 식품 제조 설비를 설치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