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주변에 형성된 강착원반이 세계 최초로 촬영됐다.
일본 국립천문대(NAOJ)는 27일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한 연구 성과에서 전파망원경을 활용한 관측 결과 타원은하 M87 중심부에 자리한 거대한 블랙홀 M87*(포웨히)의 강착원반을 담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M87은 처녀자리 방향으로 지구에서 약 5500만 광년 떨어진 타원은하다. 그 중심부의 초대질량 블랙홀은 지난 2019년 4월 10일 국제 협력 프로젝트 '이벤트 호라이즌 텔레스코프(EHT)'에 의해 촬영돼 커다란 관심을 모았다.
이번 촬영은 NAOJ 등 국제 천문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국제 밀리파 초장거리간섭계(mm-VLBI) 관측망, 통칭 'GMVA'가 일군 값진 성과다. GMVA는 칠레 알마(ALMA) 망원경군 등 세계 16개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M87* 블랙홀과 주변부의 정밀 관측을 진행했다.
M87* 블랙홀은 질량이 태양의 약 65억 배로 추정된다. EHT에 의한 관측 당시에는 블랙홀을 둘러싼 도넛 모양의 빛의 고리, 즉 광자 링을 포착했다. M87* 블랙홀에 가라앉는 가스가 형성하는 강착 원반 등 주변의 구조까지는 세세하게 확인할 수 없었다.
GMVA 연구팀은 긴 파장과 높은 감도, 넓은 시야로 천체를 관측하는 전파망원경으로 M87* 블랙홀을 들여다봤다. 그 결과 이 어마어마한 블랙홀의 강착원반과 제트의 동시 촬영에 성공했다. 이미지를 분석한 연구팀은 제트가 주변부로 퍼지는 양상에서 '원반풍'이라는 그간 알려지지 않은 현상도 파악했다.
GMVA의 이번 관측을 이끈 NAOJ 하다 카즈히로 조교는 "제트와 강착원반, 블랙홀과 활동은하핵(M87 중심부) 등 천문학자들이 궁금해하던 블랙홀의 상세 구조물이 한꺼번에 관측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이번에 촬영된 블랙홀의 각 구조물 사진을 3D 모델링하면 은하 중심의 블랙홀이 어떻게 활동하는지, 또한 은하가 어떤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지 단서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NAOJ는 블랙홀 관측에 활용되는 전파망원경의 효율을 대폭 향상시키는 초저 소비전력 증폭기 'SIS 앰프'를 선보인 바 있다. 이를 이용하면 M87* 블랙홀을 잡아낸 전파망원경이 해결해야 할 치명적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게 NAOJ 설명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