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약 50년 동안 우주 공간을 떠다니며 태양계 행성을 탐사한 ‘보이저(Voyager)’의 생명이 늘어날 전망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29일 공식 채널을 통해 올해 발사 46년째인 ‘보이저 2호’의 관측 장비 전원 차단을 오는 2026년으로 미룬다고 발표했다.

NASA는 ‘보이저 2호’의 활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 주요 관측 장비 전원을 차단할 계획이었다. 다만 예상한 것과 달리 기체의 전력 공급이 최악의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 이 계획을 3년 연기했다.

1977년 8월 20일 발사된 ‘보이저 2호’는 목성과 토성, 천왕성, 해왕성을 내리 탐사하는 일명 ‘그랜드 투어’를 진행했다. 2018년 11월 ‘보이저 1호’에 이어 인류 역사상 두 번째로 태양권(헬리오스피어, heliosphere)을 넘어 성간 우주(성간 공간)에 도달한 인공물로 기록됐다. ‘보이저’가 지금껏 이어온 탐사 활동이 곧 인류의 우주개발 역사로 평가된다. 

'타이탄3' 로켓에 실려 발사되는 '보이저 2호'. 인류 행성 탐사의 장대한 역사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NASA에 따르면 ‘보이저 2호’는 이달 27일을 기준으로 태양으로부터 약 199억2748만㎞ 떨어진 곳을 초속 약 15.4㎞로 비행 중이다. 워낙 먼 거리를 비행 중이기 때문에 지구와 ‘보이저 2호’의 통신은 편도에만 약 18시간 26분이 소요된다.

‘보이저 2호’는 쌍둥이 탐사선 ‘보이저 1호’와 마찬가지로 원자력 전지의 일종인 방사성 동위원소 열전변환기(Radioisotope Thermoelectric Generator, RTG)가 탑재됐다. RTG는 1970년대 개발된 가장 우수한 에너지원 중 하나지만 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한 것은 아니다.

NASA 관계자는 “플루토늄 238의 붕괴열로부터 전기를 얻는 ‘보이저 2호’의 RTG 발전량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떨어진다”며 “비행에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히터 등을 끄는 방식으로 관측 장비에 공급할 전력을 확보해 왔다”고 설명했다.

1980년 '보이저 1호'가 촬영한 토성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이어 “불필요한 장치의 전원을 꺼 전력을 확보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현재 ‘보이저 2호’는 총 5개 관측 장비를 사용해 성간 공간을 계속 조사하고 있지만 추가 전력 확보를 위해서는 중요한 장비 중 하나는 꺼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보이저 2호’의 관측 장비를 끄지 않고 전력을 확보할 방법을 검토한 NASA 운용팀은 예비 전력을 끌어 쓰기로 결정했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에 따르면 ‘보이저 2호’에는 기기에 이상이 발생할 경우 백업 회로에 공급할 최소한의 전력이 확보돼 있다. 이를 관측 활동에 할당하면 2026년까지는 관측 장비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

NASA 관계자는 “‘보이저 2호’는 발사 후 46년이 지난 현재에도 전기 계통이 비교적 안정적”이라며 “‘보이저 2호’의 예비 전력을 활용하는 방법이 별문제가 없을 경우, ‘보이저 1호’도 같은 조치를 내려 생명을 연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쌍둥이 행성 탐사선 '보이저 1·2호'의 상상도. 카메라와 분광계, 자력계 등 1970년대 우주 과학 기술을 집결한 장비가 탑재됐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보이저 1호’와 ‘보이저 2호’는 태양계 행성을 순차적으로 탐사하는 NASA의 ‘매리너 주피터-새턴 1977(Mariner Jupiter-Saturn 1977)’ 계획에 따라 제작됐다.

NASA JPL은 1976~1978년 탐사선을 발사하면 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 등 4개 행성을 12년 만에 탐사할 수 있다는 계산을 내고 탐사선 제작에 착수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보이저 2호’는 1977년 8월 20일 먼저 우주로 날아갔다. 같은 해 9월 5일 쌍둥이 기체인 ‘보이저 1호’가 발사돼 목성으로 향했다. 두 탐사선에는 카메라와 분광계, 자력계 등 당시 기술로 만들 수 있는 최고의 관측 장비들이 탑재됐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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