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구름에서 약제내성균 유전자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세균은 토양이나 물 등 어디에나 있지만 구름에서, 더욱이 항생제가 듣지 않는 내성균이 대량 발견된 점에서 학계 시선이 쏠렸다.

캐나다 라발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공개한 연구 성과에서 구름에서 발견된 대량의 약제내성균, 일명 '슈퍼 버그'를 소개했다. 세균이 공기 중으로 날아오르기 쉽다는 사실은 이전 연구에서 밝혀졌지만 구름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약제내성균이란 특정 약물에 감수성을 보이다 여러 이유로 저항성과 내성을 갖게 된 세균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질병의 치료 기간이 너무 길어지면 치료 중 균이 내성을 갖는데, 이렇게 탄생하는 약제내성균은 당연히 기존 항생제가 전혀 듣지 않아 의료 활동을 무력화한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일본 후생노동성이 연구한 결과를 보면, 2013년 약제내성균에 감염돼 사망한 사람은 세계 전체 약 70만 명이다. 이런 추세라면 2050년에는 1000만 명이 약제내성균에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약제내성균(슈퍼 버그)은 항생제가 듣지 않아 감염된 사람에게 치명적이다. <사진=pixabay>

의료계는 슈퍼 버그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 세균을 상시 추적 조사한다. 세균에 의해 발병한 병을 치료할 때는 먼저 감수성 조사를 통해 효과적인 약제를 선정하고, 내성이 없는지 분석한다. 이와 더불어 약제내성균이 지구상 어디에 발생하고 어떻게 이동하는지 파악하는 연구도 활발하다.

세균은 생각보다 극한의 환경에도 멀쩡하게 존재한다. 지난 3월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연구팀은 최고봉 높이 8848m의 에베레스트 일부 구간에서 등반가들이 남긴 세균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라발대학교 연구팀은 프랑스 퓌 드 돔(Puy de Dôme) 산 정상(1464m)의 구름을 2년에 걸쳐 채취했다. 이를 분석한 결과, 물 1㎖(밀리리터) 당 세균 약 8000마리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약제내성균 유전자가 평균 2만 개 이상 포함된 것을 알아냈다.

프랑스 퓌 드 돔 산정의 구름 속에서 축산농가가 사용하는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 유전자가 검출됐다. <사진=pixabay>

조사 관계자는 "세균은 구름의 종류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었다. 바다를 통과한 구름과 육지를 통과한 구름에서 각기 다른 약제내성균이 나왔다"며 "육지를 통과한 경우, 축산농가가 쓰는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조사는 구름에도 다른 자연환경과 비슷한 수준의 약제내성균 유전자가 포함돼 있음을 보여준 첫 사례"라며 "우리가 확인한 세균들은 주로 식물이나 토양에 서식하는 것들로 바람이나 인간의 산업화에 의해 에어로졸(공기 중에 부유하는 작은 고체 및 액체 입자) 형태로 피어올라 구름에 유입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다른 지역의 구름 속에는 또 다른 내성균이 존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구름은 약제내성균의 유전자를 세계 곳곳에 확산하는 중요한 운반책일 수 있는 만큼, 향후 세균 연구에 좋은 참고가 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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