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이거 두리안 냄새 아니에요?"
실제와 비슷한 실감 나는 세상을 눈앞에 펼쳐 보이는 VR(가상현실) 기술. 상황에 맞춰 냄새를 구현하려는 노력도 한창인데, 한 대학교 연구팀이 휴대성을 극대화한 VR 냄새 발생기를 내놔 주목된다.
홍콩 성시대학교는 9일 공식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보고 듣고 만지는 것은 물론, 냄새까지 느끼게 해주는 소형 VR 장비를 소개했다.
몸 어디에나 붙일 수 있도록 작고 납작하게 설계된 이 장비는 액체 왁스가 든 냄새 발생기다. 손가락 끝에 올릴 정도로 작고 가벼우며, 각 왁스는 단독 또는 조합에 따라 여러 냄새를 낸다. 현재 라벤더, 장미 등 꽃향기와 두리안, 바닐라 케이크 등 과일과 음식 냄새를 구현한다.
이 장치는 시청각 장비와 연결돼 신호에 따라 작동한다. 예컨대 코밑이나 목에 부착하고 시각 VR 장비와 연결한 뒤, 사용자가 장미로 가득한 정원을 VR 영상으로 체험하면 장미 향기를 뿜어낸다.
연구팀은 이 장치를 마스크 안쪽에 부착하고 VR 헤드셋과 연결, 화면 속 가상 꽃의 향기를 맡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참가자들이 집어 든 꽃에 따라 각각 다른 향기가 분출됐다. 전기 신호를 받고 장치가 액체 왁스를 뿜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1.44초였다.
과제도 여럿 있다. 모든 냄새나 향기에 대응하지 못하고, 복잡한 냄새를 구현하기는 현실적으로 무리다. 전기 신호를 받고 냄새가 분출되는 과정의 짧은 딜레이는 예민한 사람들에게 분명한 단점이다.
후각을 VR로 구현하는 기술은 시각이나 촉각에 비해 상당히 어렵다. 여전히 여러 유형이 개발되고 있으며, 아직 완벽한 장비는 등장하지 않았다.
2018년 말레이시아 연구팀은 전기 신호를 이용해 후각을 자극하는 진보된 장비를 개발했지만 부피가 커 실용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최근에는 보다 정밀한 냄새 재현이 가능한 시스템이 등장했지만 헤드셋이 딸린 터라 휴대성이 떨어졌다.
학자들이 후각 VR 기술에 매달리는 것은 사용자에게 궁극의 현실감을 주기 위해 냄새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성시대학교 관계자는 "냄새의 구현은 VR의 몰입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의료 및 교육에도 응용할 수 있다"며 "특정 냄새로 위험을 감지하거나 모종의 기억을 되살리는 등 후각은 시각이나 청각과 더불어 아주 중요한 인간의 오감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