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코르테스 궁전에서 나온 수수께끼의 유골은 스페인 수도사가 아닌 아즈텍 원주민의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멕시코 국립인류학역사연구소(INAH)는 26일 공식 채널을 통해 코르테스 궁전에서 약 50년 전 발굴된 유골은 아스텍 문명과 관련된 원주민의 여성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코르테스 궁전은 스페인 탐험가 에르난 코르테스의 이름을 땄다. 코르테스는 멕시코에서 융성한 아즈텍 왕국을 정복한 인물로 멕시코 제국을 단기간에 제압한 수완가이자 잔혹한 학살자로 평가된다.

1970년대 처음 발굴된 유골은 상완골(위팔뼈) 분석에 따라 키가 작은 인물로 추측돼 왔다. 고고학자들은 유골의 주인이 에르난 코르테스의 두 번째 아내 후아나 데수니가를 섬긴 수도사라고 생각했다. 다만 끝내 인물 특정에 실패하면서 유골은 신원 미상으로 코르테스 궁전에 전시됐다.

1970년대 코르테스 궁전에서 발굴된 신원 미상의 유골. 스페인 수도승으로 여겨졌으나 최근 조사에서 아즈텍 원주민 여성으로 추측됐다. <사진=INAH 공식 홈페이지>

INAH 연구팀은 새로운 접근 방식과 분석을 통해 유골을 들여다봤다. 인류학자 및 역사학자, 고고학자, 법의학자가 동원된 조사에서 유골이 아즈텍 원주민 여성의 것일 가능성이 떠올랐다.

연구팀 관계자는 "치아의 마모 정도를 통해 유골의 주인이 30세에서 40세 사이에 사망했음을 알 수 있었다"며 "척추의 변형은 있었지만 뼈에서 병의 흔적은 보이지 않아 사인은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상완골의 크기를 기준으로 산출한 키는 약 147㎝이고, 폭이 넓은 골반은 여성임을 분명히 말해준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연대 측정 결과 유골이 1450~1500년 생존한 인물의 것이라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멕시코에 상륙해 정복사업을 벌인 에르난 코르테스의 조각상 <사진=pixabay>

스페인이 현재 멕시코에 정착한 것은 1511년이다. 이 점에서 연구팀은 코르테스 궁전의 유골은 스페인 수도승이 아니라 멕시코 아즈텍 문명의 원주민 틀라위카(Tlahuica) 족 여성의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연구팀 관계자는 "코르테스 궁전이 건립된 것은 1520년대이므로 이전부터 거주하던 원주민의 유골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매장법 일부가 스페인 사람들이 들어오기 전 원주민의 것과 비슷하다는 점 역시 우리 생각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골 주인이 성직자라고 보기에는 매장 방법이 당시 가톨릭 교회의 것과 판이하게 다르다"며 "학자들이 지금까지 믿어온 성직자 설에는 모순이 많은 만큼 틀라위카 족 여성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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