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론의 떡밥으로 유명한 오리온자리 1등성 베텔기우스(Betelgeuse)의 광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폭발이 머지않은 것 아니냐는 의견이 줄을 잇는 등 학계 관심이 집중됐다.
미국 플랫아이언연구소는 17일 공개한 천체 보고서에서 베텔기우스의 광량이 급증하는 예상하지 못한 변동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오리온자리의 적색초거성 베텔기우스는 탄생한 지 불과 800만~1000만 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수명이 다 돼 초신성이 될 것으로 많은 학자들이 예상해 왔다.
베텔기우스의 광량은 지금까지 여러 번 변동했다. 2019년에는 갑자기 어두워져 학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 천체가 지속적으로 증광과 감광을 반복하는 것은 베텔기우스가 반규칙형 변광성이기 때문이다. 기록 상 이 별의 광량 변동 주기는 400일 보이는데, 그 주기가 최근 130일 정도로 짧아졌다는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 연구 결과도 있다.
플랫아이언연구소 관계자는 "많은 학자들을 헷갈리게 했던 베텔기우스는 최근 몇 주 사이 50%나 밝아졌다"며 "이는 다른 적색거성들과 마찬가지로 베텔기우스가 드디어 폭발할 때를 맞은 징후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연구소가 도출한 베텔기우스의 폭발 예상 시기는 지금부터 짧으면 약 1만 년, 길면 약 10만 년이다. 사람 입장에서 보면 대단히 긴 시간이지만 우주 전체의 관점에서 따졌을 때는 짧은 시간에 속한다.
연구소 관계자는 "베텔기우스의 이변이 주목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며 "이 기묘한 항성은 지난 2019년 말부터 2020년까지 비정상적으로 어둡게 변해 당시에도 대폭발이 임박했다는 뉴스가 여기저기서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베텔기우스의 밝기와 색, 크기, 추정 연령 등 단서로 미뤄, 아마도 이 별은 지금 헬륨을 핵융합해 탄소가 합성되는 과정일 것"이라고 전했다.
적색거성의 헬륨 핵융합으로 합성되는 물질은 시간이 지나면서 산소와 규소, 철로 변화한다. 이윽고 항성의 핵융합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 시점이 되면 에너지를 추가로 얻지 못해 붕괴, 대폭발을 일으킨다. 이것이 항성의 일생이다. 이런 점에서 베텔기우스는 천문학적 관점에서 마지막 순간을 남겨뒀다고 볼 수 있다.
관심을 모으는 것은 언젠가 베텔기우스가 폭발하면 일어날 영향이다. 이론적으로 초신성의 전조는 별의 붕괴와 함께 방출되는 수많은 중성미자의 홍수다. 이는 아주 먼 지구에서도 검출될 정도로 강렬하다. 이후 고에너지 광자가 폭발한 별의 파편에서 튀어나오며 우주의 웅장한 불꽃쇼가 펼쳐진다.
연구소 관계자는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베텔기우스 정도의 규모와 거리라면 폭발 시 일주일 사이 못해도 최소 1만 배나 밝아질 수 있다"며 "실제 폭발의 위력에 따라 다르지만 그때 베텔기우스는 보름달의 25~50% 정도 밝기를 낼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 계속 제기되는 지구 종말론에 대해서는 "일부 종말론자들이 베텔기우스가 폭발하면 지구도 멸망한다고 보지만, 약 640광년 정도 거리라면 지구까지 미치는 영향은 없으며, 있더라도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