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생 인류는 아프리카의 두 거대 집단이 수만 년에 걸쳐 교배한 결과 탄생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호모 사피엔스의 탄생은 지금까지 아프리카 단일 기원설 또는 다지역 진화설이 유력했던 만큼 학계 관심이 집중됐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UCD) 연구팀은 22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아프리카에서 탄생한 현생 인류의 조상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는 기존 학설을 뒤집는 발견을 소개했다.

17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먼저 소개된 이 보고서에서 연구팀은 현대인의 게놈을 과거로 돌린 연구에서 아프리카에 최소 2개의 거대 그룹이 존재했고, 이들이 수만 년에 걸쳐 교배한 결과 호모 사피엔스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에서 탄생한 것 자체는 많은 학자들이 동의하는 바다. 한때 정설로 여겨진 아프리카 단일 기원설은 약 20만 년 전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에 현생 인류가 나타나 세계 각지로 흩어졌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현생 인류가 절대 단일 집단이 아닐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진행했다.

현생 인류의 조상이 누구인지는 아직 완전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사진=TED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Evolution’s great mystery - Michael Corballis' 캡처>

연구팀은 아프리카 남부와 동부, 서부 및 유라시아 대륙에서 수집한 현대인 290명 분량의 게놈을 분석했다. 지금까지 인류 기원을 파헤친 연구보다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각 게놈은 아프리카 전역의 다양한 집단을 대상으로 채취했다.

이를 분석한 결과 현대 아프리카 사람들에게는 적어도 두 가지 계통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목에서 연구팀은 인류의 조상이 일단 단일 그룹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아프리카 단일 기원설이 또 한 번 흔들린 셈이다.

연구팀은 아프리카 곳곳에서 발견되는 고고학·화석학적 증거들 역시 아프리카 단일 기원설을 정면 반박한다고 지적했다. 조사 관계자는 "모로코와 에티오피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유적에서 발견된 화석이나 인류의 삶을 전하는 고고학적 흔적은 극히 제한적"이라며 "호모 사피엔스는 30만 년 전 이미 아프리카 대륙 각지에서 살았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현대인(왼쪽)과 고대인의 골격을 비교한 표본 <사진=pixabay>

이어 "아프리카에서 현생 인류가 여러 그룹으로 나뉜 것을 보여주는 가장 초기의 흔적은 약 12만~13만5000년 전의 것"이라며 "이때 한 집단이 나뉘어 현재의 나마인(나미비아 및 보츠와나 민족)의 조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의 유전자 분석을 토대로 하면, 현생 인류가 여러 그룹으로 나뉘기 전부터 호모 사피엔스는 유전적으로 다른 그룹이 2개 이상 존재했다고 볼 수 있다. 연구팀은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다른 대륙으로 진출한 후, 먼저 각지로 나간 네안데르탈인이나 데니소바인 등 해부학적으로 다른 원주민과도 교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아프리카 단일 기원설이 흔들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 하와이대학교 연구팀은 2017년 논문에서 모로코 화석 분석 결과 사하라 사막 이남이 아닌 곳에서 이미 20만 년 전 현생인류가 살았다고 주장해 학계에 충격을 줬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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