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초기에 탄생한 고대 은하에서 복잡한 유기분자가 발견됐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과 중력렌즈 효과를 이용한 이번 관측으로 초기 우주 은하 탄생의 비밀이 일부 벗겨질 것으로 학계는 기대했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을 운용하는 미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 캐나다우주국(CSA) 공동 연구팀은 5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우주 탄생 약 15억 년 만에 생성된 은하에서 검출한 유기분자를 소개했다.

연구팀이 관측한 은하는 'SPT0418-47'이다. 유럽남천천문대(ESO)가 세계 최대 규모의 전파망원경 알마(ALMA)를 활용해 2020년 처음 포착한 은하다. 지구에서 약 120억 광년 떨어진 'SPT0418-47'은 초기 우주에 탄생한 은하로 형태는 우리은하와 비슷하다.

'SPT0418-47' 은하에서 도달한 빛(붉은색)은 중력렌즈(파란색)에 의해 도넛 모양으로 왜곡됐다. <사진=NASA, ESA, CSA 공식 홈페이지·J. Spilker, S. Doyle>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관측한 'SPT0418-47'에서는 은하가 막 탄생한 뒤 만들어진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가 검출됐다. PAH는 탄소 원자 고리를 가진 유기화합물의 일종으로 지구에서는 연기나 기름, 석탄에 흔히 포함된다. PAH는 우주 공간에도 많이 분포하며, 특히 우리은하의 별 사이를 채우는 탄소의 약 15%를 구성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연구팀 관계자는 "우주 초기 은하에 있던 PAH는 그곳에 아주 많은 별이 활발하게 형성됐음을 시사한다"며 "PAH는 어디서 별이 형성됐는지 알아보는 신뢰할 만한 천문학적 단서라는 점에서 이번 관측은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PAH는 우리은하 외에도 존재하지만 먼 곳의 것을 검출하는 것은 당연히 어렵다. PAH 분자들은 빛을 흡수해 적외선을 방출하는데, 허블 등 기존 우주망원경의 성능으로는 잡아내기 역부족이다.

천체나 은하의 막대한 중력을 이용해 망원경의 성능을 극대화하는 중력렌즈 관찰법의 개요도 <사진=NASA, ESA 공식 홈페이지>

이 때문에 연구팀은 멀리 떨어진 은하에서 날아오는 적외선을 보다 효과적으로 포착하기 위해 중력렌즈의 힘을 동원했다. 중력렌즈란 거대한 천체의 중력으로 시공간이 휘어 마치 렌즈와 같은 효과를 발휘하는 현상이다. 구부러진 시공을 통과하는 빛이 렌즈를 통과하며 확대되는 원리를 이용, 망원경의 성능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다.

연구팀 관계자는 "지구에서 약 30억 광년 떨어진 은하가 중력렌즈 역할을 해줬다"며 "이 은하가 빅뱅 이후 15억 년 안에 형성된 'SPT0418-47'의 빛을 이은 덕에 3.3㎛(마이크로미터) 파장 수준의 미세한 정보까지 입수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먼 은하에서 확인된 PAH의 편차를 파악하면 해당 은하의 어디에 별이 형성돼 있는지 알아낼 수 있다"며 "은하 내부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을 제임스웹의 적외선 장비로 들여다본 결과, 이는 물질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아닌 수많은 별의 탄생에 의한 것임을 알아냈다"고 덧붙였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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