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S(범지구위치결정시스템) 같은 위성항법을 쓸 수 없는 지하에서도 위치를 특정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일본 도쿄대학교는 16일 낸 연구 보고서에서 뮤입자(뮤온)를 활용해 지하에서 움직이는 물체의 위치를 특정하는 실험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 입자인 뮤온은 전자에 가까운 성질을 가진 하전입자다. 우주 공간에서 날아드는 고에너지 입자가 지구 대기에 부딪히는 과정에서 생성된다. 투과성이 높아 전파나 레이저, 중성자선, X선이 뚫지 못하는 수 ㎞의 지하나 두꺼운 암반 구조물 투시가 가능하다. 이런 성질을 이용하는 뮤오그래피는 각국에서 연구가 활발하다.

도쿄대는 자율주행차 등 미래 산업이 요구하는 정밀한 위치 특정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해 뮤입자에 주목해 왔다. 자율주행 시스템은 위성 전파를 사용하는 GPS나 레이저 장비에 의존하는데 건물 내부나 지하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기 쉽다.

뮤입자를 이용해 지하 깊은 곳에 자리한 물체의 위치나 이동 경로를 특정하는 원리. 대기에서 쏟아지는 뮤입자가 지하까지 도달하는 궤적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사진=도쿄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도쿄대  국제 뮤오그래피 연구기구 다나카 히로유키 교수는 "뮤입자의 가능성은 실로 무궁무진하다"며 "뮤오그래피는 단순한 투시에 그치지 않고 지하 주차장이나 터널 등에서 내비게이션, 자율주행 시스템이 가동되도록 돕는다"고 전했다.

지난 1월 뮤입자를 이용한 무선 통신 기술 'COSMOCAT'을 개발했던 히로유키 교수는 최근 대기에서 쏟아지는 뮤입자를 검출하는 장비 'MuWNS(muometric wireless navigation system)'의 성능 실험에 나섰다.

교수는 가로세로 약 1m의 'MuWNS'를 차량에 싣고 도쿄대 생산기술연구소 지하 1층을 달리게 했다. 차량이 약 100m가량 움직이는 동안 건물을 관통해 지하에 닿는 뮤입자들은 'MuWNS'에 의해 모두 수치화됐다.

내비게이션 구동에 필요한 GPS는 위성 전파가 닿지 않는 지하에서 무용지물이 된다. <사진=pixabay>

다나카 교수는 "같은 건물 6층 네 군데에 설치한 'MuWNS'를 통과한 뮤입자가 지하 1층 차량의 'MuWNS'에 도달한 궤적을 계산해 차량 이동 경로를 파악할 수 있었다"며 "최대 20m 차이가 있었지만 지상에서 약 100m 오차가 나는 GPS보다 정확했다"고 설명했다.

도쿄대는 향후 'MuWNS'의 오차를 더 줄이기 위해 추가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고도의 뮤오그래피가 가능해지면 지하 깊숙한 곳에서도 차량이나 로봇의 위치를 쉽게 파악할 것으로 다나카 교수는 기대했다.

1936년 첫 발견 이래 연구가 이어져온 뮤입자는 많은 피해를 낼 가능성이 있는 화산의 마그마 움직임 관찰에 활용된다. 이집트 기자 대피라미드의 구조는 물론 최근 오염수 방류 계획으로 시끄러운 일본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제1원전 내부 관찰에도 뮤오그래피가 도입됐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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