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를 이용해 사람의 배아를 만드는 실험이 최초로 성공했다. 놀라운 성과라는 찬사 한편에서는 남녀가 만나 아이가 탄생하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와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칼텍) 공동 연구팀은 줄기세포를 활용해 인간 인공 배아를 생성하는 실험이 처음 성공했다고 20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최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국제줄기세포연구학회(International Society for Stem Cell Research) 연차총회에서 먼저 발표됐다.

인간의 배아는 정자와 난자가 결합한 후 8주 차까지 상황을 일컫는다. 인간을 구성하는 초기 상태로 9주 차 이후부터 배아는 태아로 발달한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정자와 난자를 사용하지 않고 줄기세포로 인간의 배아를 만들어낸다. 특정 유전자가 야기하는 질환이나 반복되는 유산의 원인 규명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가 학계에서 나왔다.

줄기세포로 인간의 배아를 인공적으로 만드는 실험이 처음 성공했다. 사진처럼 태아까지 발달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인간을 찍어낼 수 있다는 논란이 벌어졌다. <사진=TED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How in vitro fertilization (IVF) works' 캡처>

연구팀은 인공 배아를 14일간 배양했다. 이 배아는 뇌나 심장이 없지만 태반이나 난황낭(내배엽 주머니)을 구성하는 세포, 배아 자체를 성장하게 만드는 세포는 갖췄다.

실험 관계자는 "이번 배아를 여성의 자궁에 이식한다고 해서 제대로 아이가 태어날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면서도 "줄기세포로 만들어진 인공 인간 배아는 법이 정한 14일까지 무사히 자라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윤리 문제에 대해 이 관계자는 "우리 실험의 목적은 인공 배아에서 인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며 "아직 해명이 덜 된 발달 초기 단계를 이해하는 단서를 얻은 점만으로 충분하다"고 선을 그었다.

원래 인간의 아기는 정자와 난자가 결합하면서 생긴다. 아이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아래 TED의 동영상을 참고하면 된다. 이번 연구는 인간의 기술이 정자와 난자 없이 배아까지 제조하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인공 배아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진보하고 있다. 이스라엘 연구팀은 지난해 쥐의 줄기세포에서 초기 배아와 흡사한 구조물을 만들었다. 비록 쥐지만 장이나 뇌, 심장까지 갖춰 관심이 집중됐다. 중국 연구팀은 원숭이 세포로 만든 인공 배아를 통해 암컷의 임신 초기 징후까지 확인했다.

이런 기술에 대한 비판도 만만찮다.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배아를 순수한 연구 목적으로 만드는 행위가 과연 합당하냐는 의문은 과거부터 계속됐다. 인공 배아가 유전병이나 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은 되겠지만 불완전한 생명을 만들어낼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이번에도 제기됐다.

올해 국제줄기세포연구학회에서는 과학적 진보에 따른 윤리 문제를 해소할 대안이 시급하다는 이야기가 유독 많이 나왔다. 레이첼 앙키니 애들레이드대학교 교수는 "이런 연구가 야기할 미지의 요소에 대해 학자들이 투명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결과적으로 보다 강력한 관련 법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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