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브라피시의 암컷은 짝짓기 후 수컷의 약한 정자를 몰래 버린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암컷이 가능한 건강한 새끼를 얻기 위해 짜낸 생식 전략에 학계 관심이 쏠렸다.

이탈리아 파도바대학교 생물학 연구팀은 21일 발표한 실험 보고서에서 제브라피시 암컷이 자신의 의지대로 정자를 골라 수정한다고 주장했다. 몸길이 5㎝ 정도의 제브라피시는 인도 원산의 잉엇과 어류로 하천에 서식하며 관상용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제브라피시 암컷은 산란기가 되면 수컷과 짝짓기를 통해 알 200~300개를 낳는다. 알은 모두 부화하는 것은 아니며, 제대로 수정되는 비율은 최소 약 60%, 최대 약 80% 수준이다.

관상용으로 널리 키우는 제브라피시 <사진=pixabay>

연구팀은 제브라피시 수정 과정을 조사하기 위해 교미를 마친 암컷에게서 정자를 떼어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이용해 정자의 수와 DNA의 무결성, 생존율, 수정 능력을 가늠한 결과 암컷이 생식액(알을 감싸는 암컷의 분비물)을 이용해 정자를 골라낸다고 결론 내렸다.

실험 관계자는 "수컷과 교미를 마친 암컷은 생식액에 받아들일 정자와 그렇지 않은 정자를 구분하는 듯하다"며 "보다 건강하고 생존율이 높은 새끼를 얻기 위해 쓸데없는 정자는 버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제브라피시 암컷의 생식액에 최종적으로 접근한 정자들은 모두 여러 측면에서 튼튼하고 생존율도 높았다"며 "암컷은 건강한 후손을 보다 많이 남기기 위해 스스로 정자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연계의 많은 동물이 건강한 자손을 얻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 <사진=pixabay>

튼튼한 후손을 얻기 위한 일련의 노력은 생물의 본능이다. 보다 억세고 활발한 정자만이 난자와 결합해 수정에 이르는 인간도 마찬가지다.  

특히 일부 종은 제브라피시처럼 암컷이 단독으로 우수한 자손을 남기려 한다. 이를 생물학자들은 '암컷의 은밀한 선택(cryptic female choice)'이라고 부른다.

실험 관계자는 "제브라피시 암컷은 몸에 들어온 정자를 수컷 몰래 선별한다는 점에서 열성 엄마로 볼 수 있다"며 "무사히 짝짓기를 마친 수컷은 안심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암컷은 새끼가 될 후보를 엄격하게 골라내는 셈"이라고 전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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