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루마니아의 무덤에 놓인 늑대 두개골은 도굴꾼이 망자의 저주를 막기 위한 부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폴란드 과학아카데미(PAS)는 28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루마니아의 고대 매장지에서 출토된 늑대 두개골이 부적 대용으로 활용됐다고 전했다.

늑대 두개골이 나온 곳은 관광지로도 유명한 루마니아 남동부 케이아의 고대 무덤이다. 고고학자들은 2020년 이뤄진 케이아의 대규모 발굴 조사에서 약 2000년 전 지하에 조성된 무덤 2기를 발견했다.

2000년 전 루마니아 무덤에서 나온 늑대 두개골 <사진=PAS 공식 홈페이지·B.S.Szmoniewski>

당시 학자들은 무덤에 놓인 늑대 두개골에 주목했다. 3년에 걸쳐 두개골을 다각적으로 연구한 PAS 고고학자들은 늑대 머리가 망자의 저주를 막는 도굴꾼의 부적이라고 결론 내렸다.

PAS 관계자는 "늑대 머리는 망자의 노여움을 피하기 위해 도굴꾼들이 준비한 것으로 생각된다"며 "흡혈귀 드라큘라의 전설로 유명한 루마니아는 고대부터 영혼에 대항하기 위한 다양한 주술과 의식이 발달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무덤 도둑은 죽은 이의 영혼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늑대의 머리를 무덤 위에 올려놓았을 것"이라며 "늑대 머리는 깊은 잠을 자던 망자에 바치는 일종의 선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늑대 두개골이 나온 고대 루마니아 무덤 <사진=PAS 공식 홈페이지·B.S.Szmoniewski>

PAS는 도굴꾼들이 영면에서 깬 영혼을 달래기 위해 특별한 음식을 마련했다고 판단했다. 이런 사례가 루마니아 케이아 지역에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PAS는 이 무덤의 발견으로 당시의 흥미로운 매장 풍습과 문화를 엿볼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고고학계에 따르면, 약탈된 무덤에서 늑대의 두개골이 발견되는 것은 다른 지역을 통틀어 이례적인 일이다. 이런 풍습은 루마니아 고유의 것이 아니며, 고대 로마나 그리스인들이 루마니아를 지배하기 전부터 거주하던 게테족의 흔적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PAS 관계자는 "게테족은 트라키아 지방에서 일어났던 고대 민족"이라며 "아마 도굴꾼은 삶의 터전에서 밀려난 게테족, 무덤의 주인은 로마 식민지 시절 이 땅에 정착한 로마 지배층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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