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사회적 또는 문화적 이유로 인육을 먹는 '카니발리즘(cannibalism)'의 가장 오래된 흔적이 발견됐다. 학계는 식인의 역사가 최소 65만 년 당겨질 가능성에 주목했다.

미국 스미소니언 국립 자연사박물관은 26일 발표한 조사 보고서에서 인류의 가장 오래된 카니발리즘의 증거가 145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주장했다.

이 박물관 고인류학자 브리아나 포비너는 약 145만 년 된 케냐 북부 고대인의 정강이뼈를 분석한 결과 이런 결론을 내렸다. 뼈를 자세히 들여다본 포비너는 당시 고대인들이 동료 한 명을 식사로 소비한 흔적을 확인했다.

스미소니언 국립 자연사박물관 고인류학자들이 분석한 케냐의 고대인 정강이뼈 <사진=스미소니언 국립 자연사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포비너는 "케냐 북부 유적에서 나온 사람의 정강이뼈에는 살을 떼어내려 시도하면서 생긴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며 "이는 인간이 서로를 잡아먹는 카니발리즘의 가장 오래된 증거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사람들은 식량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동료의 살을 먹은 것으로 생각된다"며 "굶주린 사람들이 허기를 달래기 위해 죽은 동료의 살을 취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비너는 정강이뼈가 카니발리즘의 증거는 확실해 보이지만, 뼈의 주인을 단정할 수는 없다고 인정했다. 그는 "아마도 잔혹한 카니발리즘에 연관된 이들은 케냐 일대에서 지배력을 행사한 호모 에렉투스였을 것"이라며 "호모 하빌리스나 파란트로푸스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정강이뼈를 분석한 콜로라도주립대학교 연구팀은 돌로 된 도구로 긁은 자국 9군데(1~4, 7~11)와 이로 깨문 흔적 2군데(5~6)를 특정했다. <사진=스미소니언 국립 자연사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박물관은 당시 인육을 먹은 쪽과 먹힌 쪽이 서로 다른 종일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서로 종이 다르다면 이 식인은 엄밀히 사회적 카니발리즘이 된다. 인류학계는 카니발리즘을 사회적 식인과 병리학적 식인으로 구별한다. 전자는 식인을 문화의 일부로 용인한 것이고, 후자는 일그러진 욕망으로 말미암은 식인이다.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 학자들이 이 뼈를 발견한 건 우연이다. 포비너는 2017년 케냐 나이로비 국립박물관 방문 당시 수장된 채 발견된 고대인 뼈 수십 점을 조사했다. 원래는 뼈에 남은 동물의 흔적을 찾았는데, 정강이뼈 하나에서 돌을 가공한 도구로 심하게 긁은 자국을 발견하고 카니발리즘을 의심했다.

포비너는 "치과에서 치아를 본뜰 때 사용하는 재료로 정강이뼈 틀을 조심스럽게 떴다"며 "이를 미국 콜로라도주립대학교와 퍼듀대학교 고인류학 전문가들에 보내 최소 9개 상처가 석기로 새겨졌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식인은 역사, 지역을 가리지 않았고 방식이나 의미도 다양했다. 고대에는 전쟁에 이긴 집단이 적의 시신을 일부러 먹었다. 파푸아뉴기니 포레족의 집단 카니발리즘은 비교적 최근까지 이어져 충격을 줬다. <사진=TED ED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A brief history of cannibalism - Bill Schutt' 캡처>

그는 "사람의 정강이뼈에 이런 자국이 남은 이유는 근육과 살을 떼어내려는 시도 외에는 없을 것"이라며 "호모 사피엔스는 오래전부터 식인에 대한 문화적 금기가 존재했다는 점에서 그 이전 인간속 아종이 식인을 자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고인류학자들은 인간이 서로 잡아먹은 역사를 대략 100만 년 전으로 본다. 현재 가장 오래된 식인의 증거는 스페인 아타푸에르카 유적에서 발견된 80만 년 전 인간의 뼈라는 게 학계 정론이다. 포비너가 연구한 뼈가 식인의 흔적이 맞는다면 인류의 카니발리즘 역사는 무려 145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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