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립천문대(NAOJ)가 전파망원경을 활용해 급성장 중인 블랙홀을 간접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퀘이사 급으로 거대해질 블랙홀의 주변 구조를 처음 분석한 연구 성과에 학계 관심이 쏠렸다.

NAOJ가 19일 공식 채널을 통해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는 지구에서 비교적 가까운 6개 협휘선 세이퍼트1형 은하(NLS1 은하)의 탐사 성과가 담겼다. NLS1 은하의 중심에 자리한 블랙홀을 근처에서 방출된 전파를 이용해 간접 관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은하의 중심에는 질량이 태양의 수백만~수백억 배에 이르는 거대 블랙홀이 존재한다. 이런 블랙홀이 과연 어떻게 성장해 왔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아 관련 연구가 활발하다.

NAOJ 연구팀은 은하의 중심에서 급성장하는 거대 블랙홀이 제트나 원반풍을 분출하는 점에 주목했다. 블랙홀 근방에서 방출된 전파들은 주변의 자기장을 동반한 가스를 통과할 때 편파면이 회전하는데, 이를 전파망원경으로 간접 관측할 수 있다고 봤다.

NLS1 은하 주변의 전파를 활용해 블랙홀을 관측하는 개요를 설명한 그림 <사진=NAOJ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지구에서 비교적 가까운 NLS1 은하 6개에 주목했다. NLS1 은하란 '협휘선 세이퍼트1형 은하(narrow-line Seyfert 1 galaxy)'의 약자다. 활동 은하의 일종인 세이퍼트 은하는 중심부에 밝은 핵이 존재하고 수소의 휘선 스펙트럼이나 산소의 금지선이 강하다. 특히 휘선의 폭이 넓은 것이 특징이다.

NLS1 은하는 세이퍼트 은하이면서 휘선 폭이 좁은 것들을 일컫는다. 활동 은하핵을 가졌으며 가시광선으로 특이한 스펙트럼이 관찰된다. NLS1 은하에는 비교적 질량이 작지만 주변 가스를 줄기차게 끌어들이며 급성장하는 블랙홀이 존재한다고 생각된다. NLS1 은하가 뿜는 전파는 퀘이사나 전파은하 등 보다 큰 블랙홀이 존재하는 은하에 비해 약하기 때문에 중심부의 가스 분포 같은 세부 정보는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6개 은하 각각의 블랙홀 근방을 들여다보기 위해 연구팀은 NAOJ가 운용하는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LBI) 망원경군을 이용했다. NAOJ는 각국 천문학자들과 VLBI 전파천문탐사 활동인 VERA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미즈사와, 야마구치, 오가사와라 등 일본 전역의 6개 지국으로 구성되는 VLBI 망원경군은 높은 분해능 성능을 갖춘 새로운 광대역 편파 수신 시스템을 갖췄다.

일본 전역에 6개 설치된 VLBI 망원경군 <사진=VERA 프로젝트 공식 홈페이지>

NAOJ 관계자는 "VLBI 망원경군은 그간 관측이 어려웠던 NLS1 은하의 중심부로부터 나오는 미약한 편파를 검출할 수 있다"며 "아울러 NLS1 은하가 방출하는 편파면의 패러데이 회전을 도출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패러데이란 광파 또는 전파 신호가 외부 자기장의 영향을 받아 편광축이 회전하는 효과를 말한다.

연구팀은 이번 관측 결과를 통해 NLS1 은하의 패러데이 회전량이 크고 블랙홀 근방에서 방출된 전파가 자기장을 동반한 가스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짐작했다. 또한 NLS1 은하 중심의 블랙홀 근처에 가스가 풍부하다는 사실이 지금까지 실시된 관측 중 가장 확실하게 드러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NAOJ 관계자는 "NLS1 은하의 질량은 충분히 성장한 거대 블랙홀에 비하면 10분의 1 또는 100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면서도 "성장기 청소년처럼 쑥쑥 자라나 언젠가 퀘이사 같은 매우 밝은 천체로 성장할 가능성이 이번 연구에서 드러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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