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날개가 돋아난 메두사를 묘사한 고대 로마시대 모자이크화가 발견됐다. 역사학자들은 신화 속 익숙한 캐릭터가 시대나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르게 묘사된 좋은 예라고 평가했다.

스페인 바라에카 II 전문학교(Escuela Profesional Dual Barraeca)는 14일 공식 채널을 통해 1800년 전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메두사 모자이크화를 소개했다.

희귀한 메두사 모자이크화가 발견된 곳은 포르투갈 국경과 가까운 스페인 서부 메리다의 웨르타 데 오테로 유적이다. 로마시대에 축조된 거대한 호화 저택 터에서 발견된 메두사의 머리에는 날개가 달려 있었다.

이마에 날개가 돋은 메두사 모자이크화 <사진=바라에카 II 전문학교>

조사 관계자는 "메두사의 머리 크기는 대략 30㎝이며, 주변에는 가면과 기하학적 무늬, 물고기와 사계절을 의미하는 듯한 공작 네 마리가 그려져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1976년 처음 발견된 웨르타 데 오테로 유적은 이베리아 문화를 잘 보여주는데 머리에 날개가 돋은 메두사는 나온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베리아 문화는 석기시대부터 유래했다. 로마인들은 기원전 3세기경 이베리아반도로 진출했고 수 세기에 걸쳐 현지의 이베리아족 및 켈트족을 정복하고 흡수했다. 

메두사 머리 주변 사방에는 공작 등 다양한 동물과 기하학적 물체가 묘사됐다. <사진=바라에카 II 전문학교 공식 홈페이지>

메두사 머리 모자이크화는 무늬로 장식된 팔각형 중심에 그려졌다. 이 팔각형은 아테나가 사용한 제우스의 방패 아이기스 자체를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신화 속 아이기스의 정중앙에는 원래 메두사가 붙어있다.

고고학자들은 로마인들이 신화 속 사악한 존재인 메두사를 이용해 악을 물리치려 했다고 추측했다. 조사 관계자는 "메두사의 눈썹이 지나치게 짙은 것은 액막이의 의미가 있다"며 "모자이크화 속 메두사는 우리가 보고 배운 일반적인 이미지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리스 신화 속의 메두사는 고르곤 세 자매의 하나로 머리가 뱀인 괴물이다. 루벤스나 카라바조 등 유명한 화가들이 그린 메두사가 익숙한데, 아주 오래전 로마시대 메두사는 바람에 휘날리는 곱슬머리 등 대중이 아는 것과 다른 이미지가 강하다.

카라바조가 그린 메두사. 대중에 익숙한 메두사 중 하나로, 페르세우스에 죽음을 맞는 상황을 묘사했다. <사진=우피치 미술관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다양한 색상이 사용된 점에서 이 모자이크화는 서기 2세기 경의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며 "이마에 돋은 날개는 메두사가 주는 공포감을 극대화, 초자연적 힘을 드러내는 동시에 작가의 예술적 분방함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대중적으로 굳어진 신화 속 인물이 예술로 표현될 때 시대나 지역, 문화에 따라 나타나는 변화와 의외성을 잘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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