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유래한 고양이가 참치 같은 생선에 푹 빠진 이유를 과학적으로 검증한 연구 결과에 학계 관심이 쏠렸다.

미국 월섬펫케어과학연구소는 2일 공식 발표한 조사 보고서에서 현생종 고양이가 생선을 좋아하는 이유는 감칠맛에 유독 민감한 유전자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연구소 유전학 연구팀은 산기슭에 살던 고양이 조상이 참치를 비롯한 생선 맛에 눈뜬 이유를 오랜 기간 조사했다. 그 결과 고양이의 입안 여러 곳, 특히 혀에 집중된 맛봉오리에서 발현되는 감칠맛 유전자가 원인이라고 결론 내렸다.

연구팀 관계자는 "우리가 함께 지내는 집고양이의 조상은 농경을 시작한 인간들과 근동에서 유럽으로 건너간 리비아살쾡이라는 설이 유력하다"며 "산에 생선이 있을 리 만무한데 모든 고양이가 사족을 못 쓰는 건 아무래도 수상하다"고 전했다.

고양이는 단맛을 느끼지 못하지만 감칠맛을 감지하는 유전자 발현은 활발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pixabay>

이 관계자는 "고양이는 맛을 감지하는 수용체가 다른 동물보다 적은 것으로 여겨진다"며 "대표적인 것이 단맛을 감지하는 수용체다. 고양이가 단맛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고기 위주의 식사에 맞춰 진화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학계에 보고된 고양이의 미각 정보를 토대로 분석에 나선 연구팀은 고양이가 참치 등 생선 특유의 감칠맛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봤다. 고양이 혀의 유전자를 해석한 결과 맛봉오리에는 'Tas1r1 유전자'와 'Tas1r3 유전자'가 발현되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팀 관계자는 "그간 고양이는 신맛과 쓴맛, 짠맛 등 세 가지 맛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번 연구로 고양이가 감칠맛을 감지하는 미각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것이 처음으로 증명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고양이의 감칠맛 수용체는 참치 같은 등푸른생선의 성분에 강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며 "참치에 풍부한 아미노산의 일종인 히스티딘과 핵산의 일종인 이노신산이 고양이가 참치에 푹 빠진 주된 성분"이라고 강조했다.

고양이의 생선 사랑은 유별나다. <사진=pixabay>

연구팀에 따르면 고양이의 감칠맛 수용체는 인간과 비슷한 점도 있지만 큰 차이도 보였다. 인간은 우선 아미노산이 맛 수용체에 연결되고 핵산이 결합한다. 즉 다른 종류의 감칠맛 성분이 조합돼 그 맛이 배가된다.

이와 달리 고양이는 핵산이 가장 먼저 수용체를 활성화하고 그다음 아미노산이 결합한다. 이런 점에서 일부 동물학자들은 고양이들이 느끼는 감칠맛이 어쩌면 인간이 감지하는 단맛과 비슷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팀 관계자는 "고양이에게 참치의 감칠맛은 인간의 디저트처럼 느껴지는지도 모른다"며 "참고로 개는 인간처럼 단맛과 감칠맛을 따로 감지할 수 있는데, 개가 고양이만큼 편식을 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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