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전체에서 나타나는 이상기후로 세계 하천들의 수질이 크게 나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기후변화가 야기하는 각종 기상 이변이 계속되면 인류의 식수 문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른다는 전문가 경고가 나왔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교 연구팀은 12일 발표한 조사 보고서에서 올해 전 세계를 괴롭힌 무더위와 폭풍우, 홍수, 가뭄 등 기후변화가 야기한 자연재해들이 수질을 저하시켰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이상기후가 발생했을 때 하천 수질의 변화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세계 각지의 하천 총 965개소를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자연재해가 나타난 지역의 하천 50% 이상이 뚜렷한 수질 저하를 겪었다고 결론 내렸다.
조사 관계자는 "자연재해에 따른 수온과 수중 영양소, 미생물의 양, 금속 및 플라스틱, 용존산소, 염분 농도 변화를 측정했다"며 "수질에 가장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가뭄과 열파(여름철 수일~ 수주 계속되는 이상고온현상)로, 조사한 하천 78%의 수질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이어 "엄청난 피해를 초래하는 폭풍과 홍수 역시 조사한 하천 약 51%의 수질을 나쁘게 만들었다"며 "다양한 유형의 기상 현상은 각각 다른 형태로 수질에 악영향을 주는 것이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가뭄이나 열파는 하천의 수온과 염분 농도를 상승시켜 조류가 빨리 자라난다. 조류는 산소를 소비하고 수중에 닿을 햇빛을 차단해 수생생물의 서식환경이 악화된다. 폭우나 홍수가 발생하면 오염수의 유량이 늘면서 하천에 평소보다 많은 영양소가 유입되지만 플라스틱과 금속 쓰레기도 쓸려 들어간다.
기후학자들은 관측 사상 가장 더운 지난 8월은 이상기후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본다. 이에 따른 자연재해는 해마다 증가세다. 국제연합(UN)에 따르면 2000년 이후 홍수 등 물 관련 자연재해는 134% 늘었다. 가뭄이 발생하는 기간도 29% 길어졌다.
조사 관계자는 "이상기후로 인한 하천의 수질 저하는 수돗물 처리 시설에 부담을 주고 수중 병원체를 증식시킨다"며 "이렇게 오염된 물로 인해 연간 약 10억 명이 질병에 걸리며, 미국에서는 매년 350만 명이 더러운 물 때문에 간염이나 호흡기 감염증에 노출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UN 통계대로라면 지구상의 물 중 사용 가능한 담수는 이제 0.5%에 불과하다"며 "토양이나 대기, 만년설, 얼음에 저장된 물의 양은 지난 20년간 매년 1㎝ 꼴로 감소했다. 이상기후를 막지 않으면 인류는 다양한 형태의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