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가장 밝은 빛을 발하는 블레이저(blazer)의 빛이 요동치는 이유는 쌍둥이 블랙홀의 세차운동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블레이저는 퀘이사의 일종으로, 엄청난 밝기를 내는 제트가 지구 쪽을 향한 것들을 일컫는다.

독일 막스플랑크 전파천문연구소 연구팀은 최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우주에서 가장 밝은 블레이저가 뿜어내는 빛의 흔들림은 쌍둥이 블랙홀의 세차운동의 영향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연구팀이 조사한 블레이저는 게자리 방향으로 지구에서 약 35억 광년 떨어진 'OJ 287'이다. 일반적으로 블레이저는 광속의 제트를 분출하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존재한다고 여져기는데, 빛이 일정하지 않고 마구 흔들리는 것이 특징이다.

블레이저(BL 천체) OJ 287의 상상도. 블랙홀이 삼킨 물질들이 강착원반에 떨어지며 생긴 플레어(왼쪽)를 묘사했다.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블레이저 'OJ 287'에는 블랙홀 쌍성이 존재한다고 가정했다. 이 쌍둥이 블랙홀이 마치 춤을 추듯 서로를 회전하고, 이로 인한 세차운동 때문에 블레이저의 제트가 요동친다는 이야기다.

조사 관계자는 "블레이저의 빛은 강도가 계속 변화하는데 그 원인은 퀘이사가 삼키는 물질들이 제트에 쏟아져 만드는 플레어라고 생각됐다"며 "'OJ 287'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빛의 흔들림이 제트의 세차운동에 의한 것일 수 있다는 의심이 들었다"고 전했다.

세차운동은 회전하는 물체의 회전축이 외부의 힘에 의해 변하는 것을 의미한다. 팽이가 회전하며 그 축이 천천히 원을 그리듯 움직이는 것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OJ 287 중심부의 쌍둥이 블랙홀의 상상도. 중심부 블랙홀 주변을 도는 다른 블랙홀이 세차운동을 야기하면서 제트가 흔들린다고 생각된다. <사진=막스플랑크 전파천문연구소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OJ 287'의 중심에 초대질량 블랙홀 두 개가 있다는 가설이 맞는다면, 서로 주변을 회전하는 거대한 블랙홀 때문에 강력한 세차운동이 발생할 것"이라며 "기존 생각처럼 물질이 제트에 쏟아진 이유도 있겠지만 극심한 빛의 변동은 세차 운동이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OJ 287'은 질량이 태양의 약 180억 배이며, 중앙부에는 아주 거대한 초대질량 블랙홀이 존재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 블랙홀의 제트가 야기하는 빛의 변화는 11~12년 주기로 여겨진다. 'OJ 287' 중심부 블랙홀에 쌍성이 있다는 가설은 이전에도 제기됐는데, 이게 정말인지 뚜렷하게 관찰할 장비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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