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과 대화를 가능하게 해주는 시스템이 개발됐다. 영화 같은 이야기를 가능하게 한 것은 빛을 통해 동식물의 유전적 변화를 야기하는 광유전학(옵토제네틱스, optogenetics)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는 27일 공식 채널을 통해 인간과 식물의 의사소통을 빛으로 구현하는 기술 '하이라이터(Highlighter)'를 소개했다.

연구팀은 식물과 대화를 통해 병충해나 이상기후 등 위험을 미리 알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식물과 대화가 인간-식물 양쪽에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고 본 연구팀은 빛으로 단백질을 제어하는 광유전학을 응용한 '하이라이터' 기술을 개발했다.

'하이라이터'는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빛의 메시지로 식물과 소통하며 면역과 색소 생성을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향후 '하이라이터' 기술이 고도화되면 식물의 질병이나 해충의 확산을 예측하고 이를 막을 방법을 식물에 직접 전달할 수 있다고 봤다. 

광유전학을 응용한 기술로 식물과 대화하는 실험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사진=pixabay>

실험 관계자는 "식물은 병충해는 물론 열파나 가뭄 등 이상기후에 취약하다"며 "이런 위험을 미리 식물에 알려 생육 패턴이나 물의 이용량을 조절하게 만드는 SF 소설 같은 일이 가능할지 모른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식물과 대화는 지속 가능한 농법의 개발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것이 가능해지면 농약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여 환경 파괴도 늦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광유전학은 원래 생물의 세포 기능을 조절해 그 기능을 규명하기 위한 기술이다.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광수용체)을 조사 대상이 되는 세포에 포함시키면 빛을 비추는 것만으로 해당 세포의 유전적 스위치를 켜고 끌 수 있다.

광유전학은 신경과학에 혁명을 일으켰고 지난 10년간 많은 성과를 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는 초소형 특수 광유전학 장치를 통해 쥐의 뇌와 장을 연결하는 신경회로 조작 실험을 지난 6월 실시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는 수컷 쥐의 성욕 회로를 옵토제네틱스로 자극해 짝짓기 행동의 스위치를 조작하는 데 성공했다.

옵토제네틱스를 활용, 식물의 병충해를 막고 농약 사용량을 줄이는 기술이 개발될 전망이다. <사진=pixabay>

지금까지 광유전학은 주로 동물에 적용돼 왔다. 식물은 원래 광수용체를 많이 가지고 있고 성장을 위해 밤낮의 사이클을 이용하기 때문에 애초에 빛으로 식물 세포 스위치를 정확히 조작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연구팀이 고안한 것이 원핵생물(세포 내에 세포핵이 없는 생물)의 광수용체를 진핵생물(세포 내에 세포핵이 있는 생물)인 식물 전용으로 개조한 '하이라이터'다. 이 광수용체의 주인은 시아노박테리아로 빛에 포함된 녹색과 빨간색 성분의 비율에 반응한다. 주변의 밝기에 영향을 받지 않고 유전적 스위치를 전환할 수 있다.

실험 관계자는 "'하이라이터'는 식물용 광유전학 기술의 개발에 있어 큰 전진이다. 고정밀 유전자 제어는 식물의 구조에 관한 근본적인 의문을 풀고 다양한 연구에 응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특정한 빛으로 식물의 면역 반응을 일으키거나 개화나 성숙 타이밍을 조작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